신원규 서울안과원장

40대 중반의 남자가 안과를 방문했다. 몇 개월 전부터 안개 낀 듯 앞이 가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내에서나 일상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으나 직업상 운전을 많이 하는데 점점 어려워 진다고 한다. 시력은 0.8정도이고 중간 정도의 백내장을 가지고 있었다.

75세의 어르신이 역시 안개가 가린 듯 안 보이는 증상이 몇 년 전부터 있다고 오셨다. 시력은 0.6 정도이고 역시 중간 정도의 백내장을 가지고 있었다. 좀 불편하기는 해도 생활에는 큰 불편함이 없고 지낼 만 하다고 하신다.

수술을 바로 해야 할까?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한 상태를 말한다. 수정체는 돋보기 모양이며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한다. 백내장은 주로 노화의 과정에서 생기는 질환으로 75세에 이르면 전체 인구 중 약 50%가 수술이 필요한 상태에 이른다. 불행히도 현재까지 개발된 약으로는 그 진행상태를 늦출 수는 있으나 치료할 수는 없다. 결국 수술을 통해서만 시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다. 수술현미경과 수술기계의 발달, 그리고 이에 따른 수술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고, 환자가 느끼는 수술에 대한 불편함도 점점 줄어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필자가 수술을 처음 접하던 때만 해도 수술 후 1주간 입원하며, 이기간 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절대안정의 회복기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반나절 정도면 수술과 회복의 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즉 입원이 필요 없게 되었다. 이렇게 수술의 과정이 간편해지면서 의사나 환자 모두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덜 부담스러워졌다. 더불어 수술 후에 기대할 수 있는 시력회복의 수준도 높아졌다. 따라서 점점 수술을 결정하는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수술의 기본과정이 변한 것은 아니다. 혼탁이 생긴 본인의 수정체를 제거하고 이를 대신할 인공수정체를 삽입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새로 넣는 인공수정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이 그리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는 건강한 상태의 수정체와 비교해서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초기백내장 상태의 수정체에 비해서도 그다지 낫다 할 수 없다.

여기에서 고민이 출발한다. 너무 일찍 수술 시기를 잡으면 본인의 수정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을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 시력 기능의 완전한 회복을 바라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수술 후 시력회복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난처하지 않을 수 없다. 수술 전 앞을 가리고 있던 안개는 없어졌으나 색감도 예전과 다르고, 원-근의 거리감을 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지기도 한다. 안경을 쓰지 않았던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돋보기 등 안경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수술 전과 후의 상태를, 수술하기 전에 잘 저울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술 후 여러 가지 시각 기능의 상태가 현재 보다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보다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져 수술의 시기를 너무 늦게 잡는 낭패를 보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종종 보게 된다.

앞서 언급한 운전에 불편을 느끼는 40대 남자의 경우는 썬그라스와 안약을 우선 사용해 볼 수 있겠으나, 젊은 나이에는 진행이 빠르므로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생활에 그다지 불편이 없는 어르신의 경우는 약을 쓰면서 좀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처럼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은 수술의 적당한 시기는 백내장의 상태뿐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언제쯤 수술해야 할 까?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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