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 한국남자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
결혼 5년차 김남하‧메간 씨 부부 눈길

평등하고, 서로 존중하는 결혼 생활 모범

각박한 현실에 찌든 이 땅의 젊은 부부에게 신선한 충격

결혼 5년차인 김남하(38)‧메간(32)씨 부부는 서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국적 가정이다.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기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까지는 아니어도 연애시절부터 넘어야 할 산이 당연히 많았다.

지난 2009년 음악을 하는 친구의 공연에 초대돼 처음 만난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걸 보면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인 듯하다.

남편의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착하고, 매너도 좋은 남자처럼 보였다고 대답하는걸 보면 어디가나 남자를 평가하는 여자의 눈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첫 만남은 좋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 이 둘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다른 커플보다 몇 배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데 다른 건 둘째 치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다보니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데 무척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도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남편 김남하 씨는 손짓, 발짓은 물론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 아내에게 잘 보이려 애쓰던 연애시절을 떠 올리며 웃었다.

“제가 학창시절 운동을 한 탓에 영어에는 젬병이었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기는 해야겠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모든 수단을 동원했죠. 학창시절 한 영어 공부보다 이때 한 공부가 더 많을 겁니다”

김남하 씨는 부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축구를 그만둔 후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잠시 영화배우로 활동했는데 단역이지만 2편의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특별한 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김 씨는 현재 서산 유소년 FC에서 축구 꿈나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부인 메간 씨를 만난 후 친구들에게 종종 ‘돈 없어서 한국 여자랑은 결혼 못했다’고 이야기 하는데 이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가를 돌려 말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결혼을 늦추고 있고, 결혼 후에도 이러한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있지만 김 씨는 아내와의 결혼으로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본 이들 부부는 최소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담보로 잡히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고 있다. 영어학원 강사로 활동했던 아내 메간 씨가 최근 어린이 집으로 직장을 옮긴 것도 3살 난 딸 나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경제적인 풍요가 행복의 척도가 아닌 까닭에 현재의 생활에 더욱 충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내 메간 씨는 독립심이 무척 강하다고 했다. 일상생활은 물론 전체적인 삶을 운영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남편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자신의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서로를 평등한 존재로 존중하기 때문에 이런 딱 부러진 생활 속에서도 이들 부부는 충돌이 없다. 물론 그 저변에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있기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많은 한국의 부부들은 노후준비와 아이들의 교육문제 등 불안한 미래에 대한 수많은 고민으로 갈등하고 충돌한다.

김남하‧메건 씨 부부에게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라는 문제가 더 있지만 이들의 행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우리가 본 받아야 할 점이 많은 부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 인터뷰 다국적 가정 김남하‧메간 씨 부부

“중요한 건 현재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 서로가 있어 어려움 극복할 수 있어”

연애시절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언어가 안 통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빨리 친해지기 위해 영어공부를 무척 열심히 했는데 아내의 말에 따르면 6살 수준이라고 한다. 하여간 서산지역에 있는 원어민 모임에도 적극 참여하고, 나름 영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런 모습이 좋게 보인 것 같다.

언어 이외에도 살아온 문화가 다르다보니 많은 차이점이 있었지만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라고 서로를 사랑하면 다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결혼 승낙 받으러 미국에 갔었는데(메간 씨는 시카고 출신이다) 장인, 장모님이 너무나 잘 대해 주셔서 솔직히 놀랐다. 가족적인 면은 한국이 더 돈독할거라 생각했는데 미국도 우리 못지않게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한국의 가족들도 아내의 배려심에 반해 적극 밀어줬다. 양쪽 가족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다.

 

한국의 부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다지 다른 점은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 부부는 현재에 더 충실한 것 같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과의 행복한 삶에 더 많이 노력하는 반면 다른 부부들은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희생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에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

3년 전 딸 나리가 태어났을 때도 아내는 경제적인 부분은 자신이 담당할 테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할 정도로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축구를 아내는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꿈이 있다. 아내의 경우는 획일적인 한국 교육에 대해 더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부부는 딸 나리에게 다양한 운동도 시키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의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에게도 즐겁게 놀면서 운동하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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