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충남합동추모제 처음 열려

▲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7번에 걸쳐 '사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진심으로 위로와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7번에 걸쳐 '사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지철 충남도 교육감은 유가족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내내 눈물을 훔쳤다.

안 지사와 김 충남교육감은 지난 3일 오후 2시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충남합동추모제'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앞쪽에는 충남지역 각 시군의 민간인 희생자 신위(神位)가 걸렸다. 민간인 희생자 충남 합동 추모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 지난 3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충남합동추모제'

충남에서는 1950년 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사건, 부역 혐의사건(공주형무소,대전형무소) 수감 재소자 학살사건 등으로 약 3만여 명이 군인과 충남 경찰에 의해 살해됐다.

안 지사는 이날 추모사에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고통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피해자 영령들께 후손으로써 잊지 않고 진실을 밝히고, 화해와 미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지사 "가해자는 국가와 물리력... 그리고 분단"

안 지사는 "(민간인 희생 사건의) 근원으로 들어가면 가해자는 국가와 물리력이고, 분단"이라며 "때문에 정치 지도자가 나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이념과 증오를 선동하고, '역사적 사실을 덮자'거나 '어쩔 수 없었다'고 하고 심지어 '정당했다'고 주장한다"며 "이 때문에 땅에 묻힌 진실을 확인하는 것마저 양껏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인희생자 유해발굴사업을 수년째 중단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안 지사는 "국가가 유가족의 염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정부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근현대사와 관련된 기념사를 할 때마다 후손으로서 어떻게 역사를 이끌고 가야 할지 고통스럽다"고 말하며 울음을 삼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도 "진실 밝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힘을 모아 미래와 평화로 가자"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는 지난 5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각 시군청과 읍면동 사무소에 '한국전쟁 희생자 미신고 유족'에 대한 희생자 신고 창구를 마련해 호평을 받고 있다.

▲ 김지철 충남도 교육감이 분향을 올리고 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 "정의와 생명, 통일 염원 새기겠다"

이날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아헌관으로 참여해 희생자 신위(神位)에 술잔을 올렸다. 김 교육감은 술잔을 올리기에 앞서 축문을 들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 유족회원이 자신의 사연을 담은 시를 낭송하자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는 추모사를 통해 "충남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학생들 가슴 속에 정의와 생명, 통일 염원이 새겨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석희 충남유족연합회장은 "아직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땅만 파면 쏟아져 나오는 유골들이 국가범죄를 증언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이 억울함이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수현 전 국회의원, 홍재표 충남도의원 등 500여 명의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를 향해 ▲ 특별법 제정을 통한 희생자 명예회복 ▲ 유해발굴 및 추모공원조성 ▲ 전국 114만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추념일 제정을 각각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행사 도중에 희생된 부모를 떠올리며 일제히 '아버지!'와 '어머니!"를 외쳤다. 목소리도, 눈시울도 촉촉히 젖어 있었다.

한편 충남 도내에는 공주유족회(회장 곽정근), 홍성유족회(황선항), 아산유족회(김장호), 부여유족회(이중훈), 서산유족회(정명호), 서천유족회(이재명), 예산유족회(박성묵), 태안유족회(정석희) 등이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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