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의 주막 터 자리 인근에 최근 개업

내가 싫은 음식은 남도 싫다는 생각으로 음식 만들어
옛날 즐겨 먹었던 고향의 맛이 장점

갈산동에서 동아더프라임 아파트 방향으로 넘어오는 시골길에 3개월 여전 팽나무 집(지석로 134/665-9243)이란 식당이 하나 생겼다. 아무리 둘러봐도 식당이 들어설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입소문이 살살 퍼지면서 손님들이 늘고 있다.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은만, 최명난 씨 부부는 30년 넘게 목장을 해왔던 축산인들로 식당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래도 겁 없이 식당에 도전했고, 지금까지는 순항하는 중이다.
이런 과감한 도전에는 안주인 최명난 씨의 빼어난 음식 솜씨가 크게 한몫 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사람 좋기로 유명한 남편이 자주 손님들을 집에 데려왔고, 손님상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음식 솜씨가 자연스럽게 좋아졌다는데 타고난 기본 솜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최 씨의 음식을 맛본 지인들은 항상 식당을 운영해도 되겠다는 평가를 내렸고, 결국 말은 씨가 돼 식당을 차리게 됐다.

주방을 전담하고 있는 최 씨 음식의 가장 큰 매력은 맛이 순진하다는 것이다. 집에서부터 조미료를 잘 쓰지 않은 탓에 팽나무 집의 모든 음식에서는 강렬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조미료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처음에는 조금 심심해 하지만 결국 하나의 맛을 찾아낸다. 바로 그 옛날 어머니가 밥상에 올려주던 음식들의 맛이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소머리국밥, 소머리수육, 토종닭 등은 모두 그런 맛이다.
이밖에 팽나무 집에는 비장의 메뉴가 준비돼 있는데 바로 미꾸라지 매운탕이다. 서산지역에서는 어죽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곳의 통 미꾸라지 매운탕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있다. ‘남편은 뭐 하나?’ 아내 최명난 씨가 주방을 전담한다면 남편 장은만 씨는 홀이 전문이다. 하지만 아직 초보인 까닭에 손님이 한두 테이블 몰리기라도 하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줄줄 난다. 신속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서빙이지만 사람 좋은 장 씨의 얼굴에 손님들은 웃고 만다. 그렇다고 장 씨가 천덕꾸러기는 결코 아니다.

남편의 숨은 진가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신선한 재료 공급처다.
장 씨는 손수 미꾸라지를 잡아 주방에 조달한다. 그런 까닭에 이곳의 미꾸라지 매운탕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편이 잡은 신선한 미꾸라지에 아내의 음식 솜씨가 보태지니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질 수밖에 없다.
30년간 젖소를 키운 것보다 3개월 식당 운영한 것이 더 힘들다는 이들 부부지만 앞으로도 지켜나갈 신념만큼은 두 사람 모두 확실하다.
내가 싫은 음식은 남도 싫다는 생각으로 모든 음식을 만들어 손님상에 올리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성실하고, 진실하게 밭에서 작물을 키우고 그것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좌충우돌 초보 식당인 팽나무 집이지만 얼마안가 지역의 맛 집이란 타이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추석명절 기름진 음식이 질렸다면 팽나무 집의 담백하고 얼큰한 통 미꾸라지 매운탕이 입에 당길 듯하다.
           
  
>> 인터뷰  팽나무 집 최명난 대표

"사람 이야기가 넘쳐 나는 식당 만들고 싶어!" 

팽나무 집, 이름이 특이하다?

식당 바로 옆에 수령이 오래된 팽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우리 집에는 은덕을 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로 인연이 깊다. 조상님들이 그 나무 밑에서 주막집을 했다는데 지나가던 길손과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요즘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과거의 이야기를 해 줄때가 있는데 감회가 새롭다. 팽나무 집도 그 옛날의 주막집처럼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그런 식당으로 만들고 싶다.

팽나무 집의 장점이라면?
농사터가 바로 인근이라 어지간한 부재료는 자급자족한다. 주재료인 토종닭과 미꾸라지도 직접 키우고 잡은 것을 쓰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 같다.
미꾸라지는 잡을 수 있을 때까지는 잡다가 겨울에는 부석면에서 받아 쓸 생각이고, 장기적으로는 식당 근처에 미꾸라지 양식장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자랑거리가 많은 식당으로 만들고 싶다. 아직은 초창기라 부족한 것이 많은데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두 부부가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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