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량 성모안과의원 원장

진료 일선에서 환자를 대할 때 난감한 경우가 있는데, 눈꼽이 끼고 불편해서 왔으니 안약만 주면 되지 쓸데없이 시력검사는 왜 하냐고 항의(?)하거나 심지어 화를 내며 심한 거부반응을 보일 때다.

안과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진료의 첫 단계가 시력을 확인하는 것이라 설명을 해도, 특히 연로한 분들은 잘 이해를 못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일단 시력을 측정한 후 정상보다 많이 저하되었다고 수치를 보여 주어도, 바늘귀도 잘 꿰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수정체가 두꺼워 지면서 볼록렌즈 효과가 생겨 오히려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증상이다.

심지어 안경을 착용한 환자에게 교정시력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면, 안경원이나 안과에서 조차 정확한 수치를 들은 바 없다고 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경험한다.

대충 안경을 착용시킨 다음 전보다 잘 보인다고 하면 그대로 사용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환자들에게, 일일이 정상시력은 1.0이고 안경을 처음 맞추거나 돗수가 맞지 않아 바꿀 때는 반드시 안경 착용 후 시력이 정상(1.0)인가를 확인해야 된다고 열심히 강조해 준다.

노화로 인해 흔히 발생하는 백내장의 경우, 시력이 정상보다 많이 떨어졌으니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유할 때 지금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도 없고 잘 보이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분들이 많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얼마나 떨어져야 수술해야 된다는 기준은 없지만, 경험상 많은 안과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권하는 적절한 수술 시기는 0.5~0.6 (교정시력 포함)정도로 시력이 저하되었을 때가 관행이다.

백내장 치료는 약으로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다. 일부에서 수술 시기가 이르다고 늦추는 경우가 많으나, 시간이 갈수록 수정체 경화가 진행되면 수술 시나 수술 후 경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초기에 할수록 시력 회복도 빠르고 여러 합병증이나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5~6세 아동의 경우, 반드시 시력 검사를 정확하게 하여 정상 시력인가를 알아보고 굴절검사 결과 안경 착용이 필요하면 바로 교정을 해 주어 약시 발생을 예방하도록 부모님들의 주의를 요한다.

안경을 착용하게 되면 최소한 6개월 (필자의 경험상 아동의 경우 3개월) 간격으로 교정시력을 확인하고 정상 시력(1.0)이 나오지 않으면 돗수를 조절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안과 진료의 근본 원칙은 우선 시력을 재고 1.0이 아니면 교정(근거리, 원거리 구분하여)을 하고 그래도 정상범위에 못 미치면 각막, 수정체, 망막 순으로 검사를 하여 시력 저하의 요인을 찾아 가는 것이다.

원인을 찾았으면 약물로 아니면 수술로 해결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정상 시력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주관적으로 잘 보인다고 해서 정상 시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가까운 안과나 안경원이라도 가서 시력을 재보고 정상이 아니면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혼탁한 세상이지만, 눈이라도 잘 보고 살자.

 

의학박사

가톨릭의대 졸

가톨릭의대 안과 교수, 대전성모병원 안과 과장 역임

USC 의대 Doheny 안연구소 Research Fellow

현 성모안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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