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교황밥상 차리기, 큰 영광이자 보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손님 대접의 으뜸은 잘 차려낸 밥상일 것이다. 이런 까닭에 밥상을 받는 사람이 중요한 인물일수록 상을 차려야만 하는 사람의 고민은 커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서산은 한 번의 점심상을 차리기 위해 야단법석을 떨었다. 상을 받는 사람이 교황이라는 특별한 신분이었기에 준비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고뇌에 가까웠다.

서산시농업기술센터 생활기술팀(팀장 송금례)은 이런 상황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선봉에 선 사람들이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송 팀장은 교황밥상이란 이야기가 나오자 일단 웃기부터 했다. 그만큼 감회도, 할 이야기도 많은 듯 했다.

송 팀장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교황방문과 관련한 오찬 계획이 갑작스럽게 성사됐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 밥상을 받는 인물이 보통 인물이 아닌지라 송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에게는 비상이 걸렸고, 최상의 밥상을 차려내기위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사실은 백가지도 넘을 것이다) 꼼꼼하게 챙겨 기획을 세웠다. 그러나 교황방문과 관련한 모든 행사를 주관하는 천주교 대전교구의 반응은 한마디로 무관심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교구에서는 서산과는 상관없이 음식에 대한 준비를 계획한 상태라 서산시의 제안이 별반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D-30일까지 별다른 대답조차 받지 못한 생활기술팀은 자칫하다가는 그동안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계획서를 보여주지도 못할 위기에 빠졌고, 이를 타개하기위해 결국 특공대를 조직해 들이미는 전법(?)을 구사했다. 마늘빵 시식을 위해 서산을 찾은 주교들의 회의장을 급습해 문을 막아 선채로 3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떼를 쓴 것.(이 부분에서 송 팀장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5페이지의 스토리 계획서를 5분에 걸쳐 황급하게 설명했지만 주교들의 반응은 “수고하셨어요! 잘가세요”가 전부였다.

“서산 식자재는 쓰겠지만 오찬은 뷔페로 결정했다는 대답을 듣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느낀 실망감과 허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막막했죠”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이 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다시 한 번 보자는 말 한마디에 차를 돌려 회의장으로 향한 송 팀장은 불과 30~40분 사이에 주교들의 태도가 바뀐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계획서를 읽은 주교들이 그 속에 녹아 있는 진심을 알아 챈 것이다. 기적적으로 교감이 이뤄진 후로는 송 팀장과 팀원들은 시간과의 전쟁을 벌여야만 했다. 늦게 시작했다고 대충대충 할 수 있는 사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식이라는 것이 맛있고, 거기다 아름답기까지 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하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교황밥상은 치밀한 계산에 정성을 보태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추모자를 기리는 추념오찬에 맞는 가볍지 않은 맛과 경건함을 담은 무채색 음식이란 배경아래 서산의 식재료가 들어간 낙지 죽, 한우 등심구이, 꽃게 찜 등으로 차려진 교황밥상에 대한 송 팀장의 설명이 끝나갈 즈음 자연스럽게 입이 벌여졌다. ‘아! 정말 생각 많이 했구나 하고!’

분명 교황님도 손님대접 잘 받고 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송금례 팀장과 팀원들, 그리고 서산사람들이 힘을 보태 내놓은 밥상을 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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