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마을 인구 격감..."6차 산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마을만들기와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에 같이 가야 한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5회 친환경유기농무역박람회’에 참석, “농업의 지도력은 현장에 있는 농업인들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 설명자료에 따르면, '6차 산업'은 농촌에 존재하는 농산물, 자연, 문화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제조가공(2차 산업) 및 유통 판매, 관광(3차 산업) 등을 연계해서 농촌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농촌체험관광을 활용한 농가공품 직거래' 등이 6차 산업에 해당한다. 우리지역에서도 6차산업에 대한 행정적 지원과 농업인의 관심이 높다.
그러나 6차산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6차 산업(농림수산업과 제조·가공업, 서비스업을 융·복합화로 결합시킨 산업)을 접목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판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가공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실제 농업현장에서도 “농촌 마을 인구는 격감하고 밭에는 노인 일손조차 없어 1차 농업 생산도 어려운데 2차 가공 영역에 3차 유통 서비스 사업까지 결합하는 6차 산업화는 과연 가능한 것이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서산시 인구 20명 이하 과소인구 마을 36.1%
농촌공동체 재생을 책임질 지역사회 전문가 부족

▲ 2010년 충남도 과소인구 및 고령마을(한계마을) 분포도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는 6차산업의 발목을 잡는다.
5년마다 구축되고 있는 인구센서스 자료(2000~2010)를 바탕으로 충남연구원이 충남 소지역(동지역 및 계룡시 제외, 이하 마을) 총1만1217개소의 인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구 20명 이하의 과소인구 마을 분포는 2000년 2,568개소(22.9%)에서 2010년 3,369개소(30.0%)로, 고령화(65세 이상) 50% 이상 마을 분포는 2000년 456개소(4.1%)에서 2010년 2,509개소(22.4%)로 급증했다.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2010년도 기준 과소 인구 마을은 서천군이 39.9%로 가장 높았고, 이어 공주시 36.7%, 서산시 36.1%, 청양군 3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령화 50% 이상 마을은 역시 서천군이 41.0%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청양군 32.8%, 부여군 27.3%, 예산군 2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구 20명 이하이면서 65세 이상 고령화가 50% 이상 진행된 마을(일명 ‘한계마을’)은 지난 2000년 366개소(3.3%)에서 2010년 1,251개소(11.2%)로 증가했다. 한마디로 마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과소인구 마을은 일정 지역의 인구수가 생물학적 감소나 지리적 이동을 통하여 절대적으로 감소함으로써 인구의 재생산이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어 인구가 희박한 지역을 일컫는다. 실상이 이러니 6차 산업을 농촌 현실에 적용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더구나 농업에 6차 산업을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은 농촌에 흔치 않다. 대부분 몇십 년 땅만 보고 살아온 고령의 평범한 농민들이다. 그럼 누가 농촌 사람들을 모아서 기업을 세우고, 경영을 하며 돈을 벌 것인가?
권오성 충남농어업6차산업센터장은 ‘귀농, 귀촌인’이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귀농귀촌 붐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기존 지역민과의 갈등 해결이 과제다. 많은 사람들은 귀농의 벽으로 농촌의 텃새를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물음이 있다. 과연 농촌공동체와 지역사회는 귀농인들은 기쁘게 맞이하고 따뜻하게 반겨줄 여유나 여력이 남아 있을까? 연간 농업소득 1000만 원으로 대변되는 평균적인 농민들은 자기 민생고 조차 해결하기 어렵다. 단순한 텃새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한 귀농인들이 지역의 소중한 사회적 자본으로 역할과 책임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기대한대로 농촌과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재생할만한 자세와 역량은 갖추고 있는지. 지역에 기여하는 ‘사회적 자본’은 고사하고, 최소한 제 가족이나 제대로 먹여살릴 재주나 기술은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대다수 귀농인들은 ‘지역에서 먹고 사는 기술’이나 ‘지역의 사회적 자본으로서 역량’을 배운 적이 거의 없다. 오로지 도시의 각급 학교를 다니며 ‘시험을 잘 보는 기술과 친구를 이기고 나만 살아남는 기술’만 집중해서 배웠을 뿐이다.
농민들이 그들을 반길 까닭이 없다. 그렇치 않아도 어려운 농촌현실에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이웃이 들어오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농촌지역에는 공동체의 활성화와 재생을 능히 책임질만한 지역사회 전문가가 너무 부족하거나 빈약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결국 제대로 된 귀농귀촌 정책과 함께 지역 농민들이 함께하는 극복방안이 나와야 한다.

민간·행정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마을만들기’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답’

마을만들기 정책을 연구하며 진안군, 충남도 등 현장에서 활동해온 충남연구원 구자인 책임연구원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지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주민 주도, 상향식'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보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여기에는 정작 마을 주민들에게 맡기고 방치했다는 반성이 깔려 있다. 
결국 '마을 밖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란 결론이다. 핵심을 살펴보면 마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역의 민간단체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고, 시·군단위 행정체계를 정비하고, 조례 제정으로 법적근거를 만드는 등 '마을만들기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로 요약할 수 있다.
중앙부처도 특별법 또는 기본법을 제정해 중간지원조직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지자체가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야 공모사업에 선정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축적된 민간역량으로 중간지원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생소하다. 공무원들도 이 조직의 역할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충남도내 15개 시·군 중 현재 중간지원조직 설립을 추진 중인 곳은 천안·아산·논산·홍성·예산·보령·서천·청양·태안군 등 9개에 불과하다. 우리 서산시의 경우 아직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충남도는 살기 좋은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2017년도 시군 마을만들기 중간조직 설립 공모’를 추진하기로 하고 오는 31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한다. 기존 9개 시군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최종 선정된 2개 시·군에서 내년 중간지원조직 설립이 추진된다.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는 ▲마을사업 컨설팅 ▲주민역량강화 교육 ▲현장 전문가 발굴 및 유치 지원 ▲마을소식지 발간 및 축제 등 현장밀착형 지원 등 행정과 현장을 연결하는 조력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농업을 농업인을 살리는 길은 6차산업에 있다고 한다. 단순히 몇 몇 농가를 선정 지원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으로는 마을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6차산업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레 포기할 일도 아니다.
행정이란 것이 성과만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은 시민이 살고 농업인이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서산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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