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득(선문대 교수, 충남분권협의회 위원)

지방자치시대에 있어서 지방의 발전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지향하는가? 인식론적인 차원에서 지방분권화 시대의 지방의 발전은 시·공간론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시·공간론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개별적인 지방정부들은 보편성과 특수성, 그리고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보편성은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제도, 역사, 문화와 같은 당위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측면을 의미한다. 특수성은 개별 지방정부가 지니고 있는 개별적인 속성(개별성)이다. 시간의 의미는 시간의 동태성(動態性)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 지방정부의 현실적인 좌표는 보편성과 특수성 그리고 ‘시간의 동태성’의 결합으로 결정된다. 보편성(현실, 당위)만을 강조하게 되면 지방의 발전은 단일 직선적이고, 결정론적인 관점에서 보게 되며 진화론적 입장에 서게 된다. 반면에 보편성을 무시하고 특수성과 시간의 동태성만을 강조하게 되면 지역주의와 배타주의적 관점을 유지하게 된다.

지방분권 시대의 진정한 ‘지방의 발전’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삶의 질’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인 측면만을 강조한다든지 또는 동일한 과정과 단계를 거쳐 진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발전’의 의미는 보편성과 특수성(지역성)의 조화 그리고 시간의 동태성을 인식할 때, 그 참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진정한 지방의 발전은 국가와의 조화 속에서 지역의 전통, 문화, 산업 등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주민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정부의 자치권의 확대, 국가와 지방정부간 합리적 기능배분, 지방정부에 대한 국가의 통제 완화와 더불어 주민자치의 구현은 지역주민들이 ‘지방의 발전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지방주권’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 ‘지방발전’의 개념을 시·공간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세계화의 흐름과 국가와의 조화 속에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역주민들 스스로 바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방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은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지방주권’을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이후 중앙집권적인 국가운영시스템을 유지하여 왔다. 국가형성과 국민형성, 그리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중앙집권적인 국가운영은 효율적인 정치사회시스템으로 작동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이후 민주화가 확산되고, 사회가 다원화·다양화됨에 따라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의 폐단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국가운영방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며, 국가개조 차원의 국가운영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분권화된 국가운영방식이 지방주권을 신장시키고, 지역주민의 정치적 참여와 효능감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우리 스스로 통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정부가 가장 훌륭한 정부”라고 역설한 바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기능적 권력분립과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와 자율성의 관점에서 지방자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지방자치의 관련 규정이 추상적이고 단순하게 규정되어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헌법적으로 보장할 뿐만 아니라, 국가개조의 차원에서 ‘지방분권형 국가 운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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