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줄 아는 것이 조청 만드는 것 밖에 없어 시작
몸에 좋은 것 나누고 싶다는 아줌마 진심이 사람들 감동시켜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있다. 눈을 비비고 서로 대한다는 뜻으로 남의 학식이나 재주가 급성장한 것을 보고 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인데 서산명가(부석면 지산리) 최영자 대표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2010년 서산명가라는 이름을 내건 조청을 처음 만들 때만해도 할 줄 아는 것이 조청 만드는 재주밖에 없는 시골 아낙네였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6차 산업 여성 CEO라 자부할 수 있을 만큼 변신했다.

“제가 방앗간 집 셋째 딸인데 솜씨 좋기로 마을에서 유명했던 어머니가 늘 조청을 만드셨어요. 옆에서 투덜거리며 돕다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죠. 그래서 조청 만드는 것 하난 늘 자신 있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남편이 쌀 가격 하락에 고민하는 것을 보고 쌀 소비를 촉진시켜보자는 의도로 조청 만들기에 도전했지만 처음에는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주자는 아줌마다운 생각이었지 이처럼 일이 커지리라고는 본인도 생각 못했다.

그러나 전통방식을 고수해 옛날 맛을 재현한 서산명가 조청이 입소문을 타고, 세상에 퍼지면서 본의 아니게 최 대표는 유명인사가 됐다.

KBS 아침마당을 시작으로 6시 내 고향, MBN 천기누설 등 많은 방송과 신문 등에 조청 만드는 시골아낙의 사연이 실렸고, 지난 18일에는 추석을 앞두고 TJB 생방송 투데이에서 촬영을 해갈 정도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최 대표를 정말 유명하게 만든 건 오랫동안 불임으로 고민하던 부부가 구절초 조청을 먹고, 임신에 성공했다는 사연이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부터. 이때 최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조청이 유명해진 후 이곳저곳에서 문의가 오는데 깊은 내용은 대답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보고, 깊이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늦은 나이지만 조청을 활용한 6차 산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죠”

조청 만드느라 바쁜 일상이었지만 최 대표는 서산시농업인대학에서 농촌관광과정을 수료했고, 그것으로는 성이 안차 방송통신대학에 도전, 지난 2013년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다.

이렇게 기술과 지식이 조화를 이루며 문무를 동시에 갖춘 형국이 되자 서산명가는 명실상부한 지역의 명가로 거듭나게 된다.

2011년 서산뜨레품질인증마크 획득, 2013년 전통식품인증 획득, 서산명인인증획득, 2015년 식품안전관리인증 기준(HACCP) 적용업소 인증 등 그동안 차례차례 밟아온 성과의 흔적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오늘날 서산명가를 있게 해준 일등공신인 조청은 그 옛날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직접 농사지은 쌀과 검은 쌀로 지에밥을 짓고, 정성스레 키운 보리로 엿기름을 만들어 섞은 후 24시간을 꼬박 끓이면 걸쭉한 조청이 탄생한다.

어머니에게 배운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터라 설탕이나 인공감미료는 사절이다.

그래서 서산명가의 조청은 쉽게 실증 나는 가벼운 단맛이 아니라 여운이 오래 남는 묵직하고도 든든한 달콤함을 가진 걸작 중 걸작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불임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구절초 조청부터 기침과 가래 해소에 효과가 있는 도라지 조청,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기운을 북돋는 수수‧당귀 조청, 감기 예방에 도움을 주는 생강 조청, 스트레스와 피로 해소에 좋은 민들레‧쑥 조청, 그리고 어릴 적 가래떡을 찍어 먹던 쌀 조청 등 갖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맛과 효능이 입증되면서 서산명가의 조청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호주 등지의 교포들에게도 인기 상품으로 통한다.

이런 탓에 명절이면 택배 송장 쓰랴, 조청 만들랴 엄청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최 대표는 누가 뭐래도 6차 산업의 작은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최 대표는 아직도 자신을 시골아낙이라 여긴다. 6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지만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그만큼 변한 탓이다. 시골아낙이면 어떻고 잘나가는 여성CEO면 어떠랴! 도비산 자락에서 평생 농사를 지었고, 조청 하나밖에 잘하는 것이 없다는 그녀가 만든 조청은 정말 끝내주게 맛있다. 이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최영자 대표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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