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 많아 개화사상 일찍 유입
주민 간 화합은 예나 지금이나 ‘넘버 원’

한때 수 백호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는 운산면 용장2리(이장 박득기)는 그 태생을 알 수 없는 미륵불이 든든하게 마을을 지켜주고 있어 미륵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10여년 넘게 마을일을 봐온 조한교(72) 전 이장에 따르면 과거 용장2리에는 박해를 피해 피신해온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살았고 그들이 옹기를 굽는 일을 시작, 마을 안쪽에는 옹기점들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 때문에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3개의 옹기공장이 명맥을 유지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천주교 신자들의 유입으로 용장2리는 일찍부터 개화사상에 눈을 뜬 선진 마을로 이름이 높았다. 천주교 강당(지금의 마을회관자리)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현안에 대해 토론도 하다 보니 저절로 마을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다른 마을과는 격이 다른 선진적인 마을주민들의 생각은 운산신협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됐고, 카톨릭 농민회도 이 곳에서 태동할 만큼 특별한 마을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과거의 모습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지난 2006년 서산 최초의 건강장수마을로 지정돼 3년 간 운영하는 등 옛날의 남다름이 문뜩문뜩 보이고 있다.

3년 전 이사와 가야황토참숯가마를 운영하고 있는 김승곤 대표는 “용장2리에 터를 잡은 후 마을에서 조그마한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순박한 시골인심이 그대로 남아있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고 치켜세웠다.

유경화(58)씨는 더 남다르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생계를 위해 가축을 키우는 탓에 불편을 느낄 만도 하지만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주고, 보듬어 주는 주민들 덕에 큰 용기를 얻는단다.

쉰질바위 인근에 장군이 나올 명당자리가 있어 옛날부터 지관들이 관심을 가졌다는 용장2리, 앞으로 장군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살기에는 가장 좋은 곳 중 한곳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인터뷰 용장2리 박득기 이장

“최근에 아기들 출산, 새롭게 발전하는 마을로 변신 꿈꿔”

박득기 이장은 올해 김자윤, 이원진, 두 아기가 태어나 큰 경사가 됐다며 즐거워했다. 마을에 초등학교 미만의 어린아이라고 해야 다섯 손가락 미만이니 그럴 만도 하다.

마을주민들은 뜻 깊은 출생을 기념하기위해 지난 초복에 열린 마을잔치에서 아기들에게 축하선물을 주고,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기원했다.

박득기 이장은 용장2리의 가장 큰 자랑은 마을 주민들의 화합이라고 말했다.

6.25 당시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일을 맡았던 마을 지도자들이 화를 당할 위기에 빠졌을 때도 전 주민이 구명운동을 벌여 구해내는 등 용장2리 사람들은 이웃이 아니라 한 가족처럼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박 이장은 최근 새로운 품목으로 용장2리를 발전시키기 위해 계획을 구상 중이다.

자신이 수많은 연구를 거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봉단감을 마을에 퍼트려 활기를 불어넣을 생각이다. “함께 하자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해보겠다는 주민이 있다면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주겠다”는 박 이장은 대봉단감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농촌에 보약 같은 희망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자랑하기 보다는 결과로 보여줄 작정이라는 박 이장은 스스로가 먼저 가공 분야에 도전해 감떡, 감와인, 감 피자 등을 선보이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용장2리에 새로운 전성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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