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풀어놓는 왁자지껄한 절로 만들 것”

무구 스님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옥천암 주지를 맡고 있다.

옥천암하면 잘 몰라도 옥녀봉 밑에 있는 절이라고 하면 서산에서 오래 좀 살았다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무릎을 친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내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학창 시절 내내 옥녀봉으로 소풍을 왔고, 싫든 좋든 그럴 때마다 한 번씩은 들려야만 했던 곳이 이곳 옥천암이다.

서산사람들과 질긴 인연을 가지고 있는 옥천암을 찾는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곳은 예나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하고. 사실 이곳은 변한 것이 거의 없다.

국유지고, 공원관리구역인 까닭에 기왓장 하나 새로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옥천암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사람이 바로 무구 스님이다.

주지로 오면서 ‘아 이곳은 중생(시민)들과 함께 해야 하는 절이구나!’하고 느꼈다는 무구 스님은 첫해 4월 초파일부터 조그마한 음악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서산지역의 대표적인 산사음악회와는 대놓고 비교하기 뭐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알토란같은 음악회로 성장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무구 스님은 들마루 인연을 더 많이 맺으려고 한다.

워낙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보니 법당 앞의 들마루는 불교 신자뿐만 아니라 서산시민들이 고민을 이야기하는 장소가 됐고, 이렇게 가족이 된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접대용 커피 값도 무시 못 할 정도가 됐다. 그래도 무구 스님은 누구나 대 환영이란다.

“들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가족 문제, 시부모와의 갈등을 비롯해 참으로 기구한 사연들을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부처님 제자인데 중생들의 번뇌를 해결은 못해줘도 잘 들어주긴 해야지 싶어 열심히 듣고, 부처님께 기도해 드립니다”

무구 스님이 원하는 옥천암은 풍경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고요한 절이 아니라 세상만사 풀어놓는 소리로 왁자지껄한, 살아있는 서산사람들의 절로 만드는 것이다.

1층은 종교를 떠난 시민들의 공간으로, 2층은 법당으로 만들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데 10년 이상 거주할 경우 한시적인 분할도 가능해 3년 후에는 도전해볼 심산이다.

이외에도 무구 스님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격식을 갖추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천도제를 지내주기도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의 위패를 모신 충령각 관리에도 누구보다 앞장서는 등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고 있다.

이른 새벽 들려오던 은은한 종소리를 기억하는 서산사람들이라면 귀를 기울여보자, 지금도 옥천암에서는 새벽 4시(33번)와 오후 6시(28번) 종을 친다고 한다.

시민들을 위해 종을 치는 사람이 무구 스님이다. 종소리가 들린다면 옥녀봉을 향해 미소라도 한번 지어보면 어떨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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