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상 정의당 서선태안위원장

2016년 1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2015)에서 우리나라는 56점을 받아 체코, 몰타와 함께 37위에 올랐다. 덴마크(91점, 1위), 싱가포르(85점, 8위), 일본(75점, 18위) 등과 비하면 턱없이 낮은 점수다. OECD 가입국가로만 따지자면 35개국 중 27위에 해당한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과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등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직자들을 당시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었다는 이유다. 이러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2012년 8월 김영란 전 대법관은 공직사회에 만연해있는 부정부패 및 뇌물 수수를 금지하기 위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을 발의하였으나 2년이 넘도록 표류하다가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고가 죽어가던 김영란법을 부활시킨 것이다. 김영란법은 올해 9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7월 12일 오전, 한 장의 사진이 필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송되었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우리 농수축산물을 제외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서산시의원들 사진이었다. 성일종 국회의원은 7월 1일 있었던 국회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업무보고에서 김영란법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현실물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터였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계있는 사람으로부터 1회 3만원 초과 식사대접, 5만원 초과 선물, 10만원 초과 경조사비 수수 시 당사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산시의회의 주장은 우리 농수산물 한 포장단위의 가격이 일반적으로 5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설, 추석 등 명절에 소비가 위축되어 결과적으로 우리 농가나 어가의 소득이 감소할 것이 뻔하므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우리 농수축산물을 제외하자는 것이다. 성일종 의원의 주장은 선물의 가격 한도를 5만원에서 상향하자는 이야기다. 농어민, 서민들을 염려하는 성일종 국회의원과 서산시의원들의 충정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이 분들은 5만원이 아니라 단돈 1만원짜리 선물이 들어와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분들의 선의와는 별개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 농수산물이라는 이유로 또는 서민경제를 순환시킨다는 이유로 민원인이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뇌물은 뇌물이다. 공직자와 민원인 사이에 오가는 뇌물수수 용인을 통해 서민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우리 지역의 정치인들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고 싶은 심정이다.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9월 시행되는 김영란법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 김영란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지역 국회의원과 서산시의회 의원들도 그러한 시도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분들의 재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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