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결혼, 힘겨운 삶 살아가는 사람이 내 가족
욕심이 없어서 욕심을 부리는 특이한 사람

이 세상에는 별난 사연을 가지고 별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이은희(54)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최근 이 씨는 살아오면서 최초로 명함을 하나 마련했다고 한다. 거기에는 원장이 아니라 ‘사단법인 빵이랑 떡이랑 상임이사 이은희’ 이렇게 쓰여 있다.

겉보기에는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말 그대로 빵이랑 떡을 주구장창 만드는 곳이다.

이렇게 만든 빵과 떡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모두 다 돌아간다. 1년 365일 거의 쉬지 않고 만들고 또 만들지만 금방 동이 난다. 그래서 이 씨는 행복하단다.

“과거에는 어려운 노인들에게 조금씩 돈을 후원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그 돈을 쓰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주는 거예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방향을 바꿨습니다.”

어르신들의 눈물겨운 실상(?)과 접한 후에는 그나마 이건 노인들이 자신들을 위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반찬 나눔 봉사에 주력했다. 그러길 몇 년 이번에는 빵을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 씨는 사람 좋게 웃는다.

이렇게 시작한 빵 만들기가 벌써 5년째다. 처음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지만 개인법인을 거쳐 올해 초에는 사단법인으로 변모했다. 그동안 고생도 숱했다. 빵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지인이 있는 수원까지 들락거렸고, 떡을 배우기 위해서는 인천을 제집 드나들 듯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과장비와 떡 만드는 기계를 하나 둘씩 구입하다보니 이제는 웬만한 전문가게와 견주어도 빠질 것 없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 모든 것의 재원은 놀랍게도 이 씨의 급여. 월급의 거의 다를 빵 만드는데 기부하고 있는 이 씨는 아직 미혼이다. 그 대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족에게 쓰는 것이라 생각하니 아까운 줄 모른다. 도리어 더 쓰고 싶을 뿐이다.

이처럼 남다른 삶의 밑바닥에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추억이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고등학교 때는 신문, 엿, 떡을 팔아야할 정도였어요. 거기다 몸까지 아파 정말 힘들었는데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 것을 남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때 받은 것은 돌려주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열심히 하다보면 진짜 제 것을 남들에게 주는 날이 오겠죠.”

지금껏 욕심 없이 살아온 이 씨는 최근 제대로 욕심 부릴 일 하나를 만들었다. 충남도에 기부금품모집허가를 받은 것이다. 다른 세상사에는 욕심 없는 사람이 빵 한번 대차게 만들어 보겠다고 평생 안하던 일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홍보 한번 못했다. 왜? 빵 만드느라 바빠서!

자신과 뜻을 함께해주고 있는 25년 지기 장혜순 공동원장과 어린이집 교사들,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점심식사를 책임져주고 있는 황금뷔페 등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주는 덕에 늘 행복하다는 이 씨의 소망은 힘이 닿는 순간까지 빵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이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단다.

건네는 빵을 한입 베물었다. 맛이야 대기업 제품을 따라 갈까마는, 입의 즐거움이 아니라 가슴이 따뜻해지는 맛에 다시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자원봉사/후원문의 041-681-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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