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춘(시인, 한국공무원문학협회고문)
어망 속 비늘
봄비가 내려오자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불어오자
열매 맺고 싶어 안간힘 쓰던
매화꽃잎 하나가 지레 떨어진다
어망에 갇혀버린 유영 멈춘 물고기
파닥파닥 비늘이 하나 둘 떨어진다
매화꽃이 저어가자 벚꽃도 저어간다
꽃이 진자리에 열매가 맺혀야하거늘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
황당무계하다
증거가 드러나면 목숨을 내놓겠다
이런저런 씨름만이 입술을 깨문다
횡설수설 허우적거리는 물고기
낙화를 입에 물고
뻐끔뻐끔 바쁜 물갈이 짓
가쁜 숨 몰아쉬는 속편치 못한 물고기
물가라마시기 물꼬 찾기 바쁜
어망 속 비늘 바라보는 시선
지느러미 짓에 초점을 고정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