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택했던 ‘마늘 빵’
대기업 탐욕 물리치고...‘교황 빵’ 역사를 쓰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미읍성 방문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사람중 한 명이 프로방스 베이커리 김신학 대표가 아닐까.

김 대표는 ‘교황 빵’으로 인해 영광과 어려움도 함께 겪었다.

사건의 시작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산 방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방스 베이커리가 2년의 연구기간을 거쳐 서산6쪽마늘과 우유 버터 등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해 만든 마늘빵 '키스링'이 교황에게 간식으로 제공되면서이다.

교황 방한 이전인 2013년 그는 이미 키스링 제조에 사용되는 '다층형 고리빵' 기술에 대해 특허 출원도 마쳤다. 개발에 따른 소요비용만 2억 원이 넘었다.

그는 마늘 빵의 원료로 서산6쪽마늘을 선택했다. ‘가장 좋은 재료에서 가장 좋은 빵이 만들어진다’는 그의 신념에 따른 것.

서산6쪽마늘은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알리신의 특유한 향이 강하다. 다른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산 마늘을 원료로 마늘빵을 제조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중국산 마늘을 사용하는 빵은 서산6쪽마늘보다 알리신 향이 훨씬 약하기 때문에 마늘향신료를 첨가해서 만든다. 진정한 마늘빵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키스링이 ‘교황빵’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시중에 화제가 되자 파리바게뜨의 본사이며 국내 제빵업계 1위 기업인 SPC, 롯데제과, 신세계 등이 유사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그중 여타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짝퉁 제품을 판매한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판매중단 결정을 내린 반면 SPC만이 프로방스 베이커리의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며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일명 동네빵집을 무시한 ‘갑’질이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파스쿠찌,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넛츠, 삼립식품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대기업이다.

이처럼 SPC의 특허무효소송은 당시 중국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던 프로방스 베이커리 김신학 대표에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당시 김 대표는 “키스링은 중국, 대만, 일본 등으로부터 납품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SPC측의 특허무효소송으로 수출 길이 막혀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동네빵집의 힘겨운 싸움은 외롭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국회 산업위원회 소속 오영식 의원(서울 강북구 갑, 새정치민주연합)과 파주시의회, 서산시의회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근삼 파주시의회 부의장은 마늘빵에 들어가는 우유버터가 파주에서 생산된 우유로 만들어지는 만큼 파주시 낙농가와 함께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SPC 본사, 국회 등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장승재 서산시의회 의장도 서산6쪽마늘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키스링은 지역의 마늘재배 농가에게 마늘 판매량 증가뿐만 아니라 서산6쪽마늘에 대한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크다며 파주시의회와 공동보조의 발을 맞췄다.

결정적인 역할은 파주를 지역구로 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경기파주갑·초선) 의원이다. 그는 SPC그룹의 파리바게트와 경기 파주 프로방스베이커리의 특허무효청구소송 중재에 나서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와의 회동 끝에 특허무효청구 취하를 이끌어냈다.

본지에서도 당시 1면 머릿기사로 사건 전말을 보도해 나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서산의 특산품 6쪽마늘을 재료로 사용하는 ‘키스링’은 어떤 모습일까? 김신학 대표는 그 이후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김신학 대표와의 일문일답.

 

- SPC와의 특허분쟁이후 근황은?

한 마디로 눈코 뜰새 없다. ‘키스링’은 전국의 유명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1500여개 매장에 공급되고 있다. 해외진출도 본격화 되고 있다. 대만으로 100만불 수출에 이어 중국시장도 곧 열릴 예정이다. 지난 해 7월 3일에는 중국 ‘cafe SHOW'에 나가 상상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해외진출을 위한 또 다른 추가 특허출원과 수출을 위한 물류, 금융업무를 배우는데 지난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출에 필수요소인 배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센터와 대한통운과의 협조도 이끌어 냈다. 현재 대한통운 택배 ‘별미여행’에 등재되어 있다.

 

- 지난 특허분쟁 시 서산시의 협조는?

아쉽게도 실망스럽다. 당시 파주시의 경우 전적으로 나서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서산시의 경우 서산시의회 장승재 의장님만 관심을 가져 주셨다.

'키스링‘은 파주가 아닌 서산의 특산품인 서산6쪽마늘을 원료로 사용한다. (말이 나온 김에)더 실망스러운 점은 해미읍성축제에 ’키스링‘의 참여에 대해 일부 지역인사들이 반대했다. 실상 축제참여는 시청 관계자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고, 참가에 따른 제반 비용을 따지면 이득보다 손실이 크지만 서산6쪽마늘에 대한 애정과 농민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참가했다.

일방의 애정만으로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긴 어렵지 않나.

 

- 파주시와의 협조는 어떤가?

파주시는 적극적이다. 파주에는 장단콩이 특산물이다. 장단콩축제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손꼽힌다. 파주시와 함께 ‘파주장단콩’을 이용한 ‘장단콩 빵’을 출시했다. 파주시는 장단콩을 활용한 브랜드 품질관리 차별화와 고급화, 부가가치화를 위해 6차산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빵도 그중 하나다. 6차산업의 성공사례다. 상당한 인기다.

- 서산시에 바라는 점은?

우리는 중국, 미국시장 진출과 함께 유럽시장을 목표로 국제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다. 나는 빵 생지를 만들어 수출한다. 빵 제조법을 팔아 로얄티를 받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마늘 소요량도 몇 백톤 수준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마늘빵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다보니 마늘이 특산물인 의성군 등 지자체들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 6~7곳이 된다. 특허출원에 대한 비용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제안들이다.

나는 서산6쪽마늘을 사랑한다. 해미에 ‘교황 빵’ 직매장을 설립할 생각이다. 또 해외진출과 관련해서도 서산시와 협조하고 있다.

서산6쪽마늘로 맺어진 서산과의 인연. 나는 서산 지역경제에 일조하고 농민들이 보다 정당한 땀의 댓가를 받을 수 있는 ‘샘물’은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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