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적치 등 고달픈 인도, 도로로 내몰아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서산시에서도 35회를 맞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22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 및 어울림 한마당’을 성대하게 개최하고,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적극 권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있어 현실은 떠들썩한 잔치 한번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투성이인 것이 사실이다. 지난 15일 장애인들의 이동권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탄 안미라(가명), 박경실(가명)씨와 함께 짧지만 힘든 여행에 나섰다.

우리도 인도로 다니고 싶다!

서산시장애인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안미라 씨와 박경실 씨는 전동휠체어를 끌고 다닌 지 꽤 오래된 베테랑이지만 외출 때마다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만큼 전동휠체어가 다닐 여건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다.

제일 먼저 이들이 향한 곳은 서산공용버스터미널. 항상 복잡한 곳이라 ‘꽤 어려운 구간이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녹녹치 않은 현실이었다. 일단 전동휠체어가 다닐 만한 인도 구간이 얼마 안됐다. 비장애인들조차 보행에 불편을 느낄만한 여건이다 보니 전동휠체어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부실공사로 인한 파손은 물론, 인도를 점령한 불법주차차량과 각 상점에서 내놓은 적치물 등 장애인들이 넘어야할 산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과거 전동휠체어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였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간 장애인들이 ‘무면허 운전’을 이유로 벌금을 내는 일이 속출하면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차원에서 지난 2005년 ‘보행자’로 분류됐다고 한다. 이후 운전면허 없이도 전동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게 됐지만 앞에서 밝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여전히 전동휠체어는 인도가 아니 도로로 주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차도 운행이라는 불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안 씨도 인도에 불법 주차한 차량과의 접촉사고로 시비가 붙은 적도, 차도 운행을 하다 전동휠체어가 넘어져 손목 인대를 다친 적도 있다고 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동휠체어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장비가 아니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시에서 무료로 지원해주고, 의료보험가입자의 경우는 건강보험공단에서 80% 지원해줘 장애인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까지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도 사용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동휠체어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이지만 전동휠체어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여건 조성까지는 갈 길이 먼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장애인 배려하는 풍토 조성돼야!    

힘들게 도착한 공용버스터미널도 문제점이 많기는 매한가지였다. 비장애인들이 봐도 의아해 할 만한 터미널 정문 앞의 이단 분리된 횡단보도부터 4~5cm는 기본적으로 넘는 인도의 각종 턱까지 개선할 것 천지였다. 간혹은 시민을 위해 설치한 안정장비들도 전동휠체어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하는데 가장 좋은 예가 차량 진입방지용 볼라드다. 과거 규정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설치한 곳은 전동휠체어 운행을 방해하는 흉물이 되고 있다. 
장애인과 동행한 윤형식 회장은 전동휠체어의 운행을 배려하지 않는 국내 도로 설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공사관계자들 조차 장애인 관련 시설이 왜 필요한지 의문하는 풍토에서는 진정한 장애인의 권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서산시청에 도착한 일행은 전동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교통안전교육이 절실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전동운송기구를 구입할 경우 도로교통법상 차로 규정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교통안전 교육을 받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나 노인들은 최초 구입 시 판매자에게 간단한 조작법을 배우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는 형편이다. 10년 넘게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안 씨는 “겉보기에는 전동휠체어 운전이 쉬워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복잡한 거리에서 운전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어려운 처지의 장애인들이 운행과 관련한 모든 것을 스스로 다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장애인의 안전은 물론 운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기관의 운행교육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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