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 홍(자유기고가)

옥녀봉은 서산시청 뒷산으로 북주산 또는 부춘산으로도 불린다. 서산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등산로로 아침, 저녁으로 많은 시민들이 애용하는 가장 친근한 산이요 도심속의 공원이다. 이 산은 해발고도 180여 미터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풍수지리적으로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의 길지로 알려져 있다. 서산의 진산으로 주민들의 숭배를 받아왔던 산으로 지금도 모경회가 주관하여 서산 시민들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옥녀제를 매년 봉행하고 있다. 그리고 가뭄이 들면 이 옥녀봉에서 기우제를 지내며 비가 내려 해갈되기를 기도했던 곳이기도 하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옥녀봉 어디엔가 천하의 명당이 있어서 그곳에 묘를 쓰면 그 사람은 발복하여 집안이 흥하고 온갖 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는데 반하여 다른 사람들과 지역주민들은 전염병이 돌아서 죽고 또 한발이 와서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그래서 옥녀봉 등산로에는 서산교육지원청 삼거리 부근을 제외하면 묘지가 없다.

일제시대에 발간된 서간군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현 군청의 뒷산 이름이 부춘산인데 그 최고봉을 옥녀봉이라 한다. 산봉우리 밑에는 음택(陰宅)의 길지가 있으나 군의 뒷산이므로 감히 묘를 쓰지 못하게 한다. 미신을 믿는 자가 혹 밤에 와서 투장(偸葬)을 하면 반드시 읍에 괴질이 발생하는데, 이는 옛적부터 내려오는 전설이다. 1925년 봄에는 많은 읍인들이 화를 내어 시신을 묻은 구덩이를 찾고자 서로 더불어 도모하여 말하기를 ‘이는 반드시 북주산에 누군가가 몰래 묘를 쓴 것이다.’고 하여 다투어 수색하고 발굴하여 시신을 버렸는데 심히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서산지역에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큰 가뭄이 들면 옥녀봉에 누군가가 봉분없이 몰래 시신을 매장한 것으로 알고 옥녀붕 일원을 샅샅히 뒤졌다고 한다. 앞의 서산군지에 언급되었다시피 심히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이 발생했을 정도로 옥녀봉은 서산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기대고 살았던 신성한 산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서령정이 종합운동장 옆으로 이전했지만 인공폭포가 조성된 그 주변 일대가 활터(서령정)였고, 인공폭포 뒤편으로 약30미터 지점에는 옥녀봉의 숨겨진 비경중 하나인 이름 없는 폭포가 있어 지금도 실오라기 같은 폭포수가 흐르고 있다. 심한 건기가 아니면 옥녀정에서 발원하여 적은 양이나마 물줄기가 흐른다. 그리고 그 위로는 부춘산 전망대와 체육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서산지역에 큰 상처를 주고 사멸한 태풍 곤파스가 옥녀봉 일원의 소나무 모두 쓰러뜨리고 지나가는 바람에 새로 조성한 것인데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은 아래의 사진과 같이 대조적이라 세월의 흐름을 직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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