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 홍(자유기고가)

우리 선조들은 1년을 12개월 24절기로 나누어 그 시기의 특징과 또 해야 할 일들을 구분 하였다. 지금은 양력이 일반화 되어 음력을 말하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시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 선조의 전통문화이므로 음력을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급속한 산업화와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봄과 가을이 줄고 여름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산업화 이전의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명확했다.

1년 12개월을 균등하게 배분하여 봄은 음력으로 1월(정월), 2월, 3월 여름은 4월, 5월, 6월 가을은 7월, 8월, 9월 그리고 겨울은 10월, 11월(동짓달), 12월(섣달)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 절기의 기후적 특징에 부합하는 영농과 민속을 만들어낼 줄 아는 지혜를 갖추었다.

곡우(穀雨)는 24절기중 6 번째 절기로 청명(淸明)과 입하(立夏)의 사이에 있다. 입하는 곧 여름의 시작이므로 곡우는 봄의 끝자락인 것이다.

지금은 온난화의 영향과 비닐하우스가 일반화 되어서 예전의 풍속이 많이 바뀌었지만 이 때 무렵 농촌에서는 볍씨를 담그는데 풍년을 염원하는 뜻에서 여러 금기사항이 풍습으로 전해져 온다. 가령 초상집에 다녀왔거나 부정하고 좋지 않은 일을 보았거나 당했을 때는 집 앞에 불을 놓고 그 불을 쬐어 악귀를 모두 태운 후, 몸을 깨끗이 씻고 볍씨를 담가야 부정이 타지 않는다고 했다. 부정한 채로 볍씨를 담그면 그 볍씨의 싹이 트지 않아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그만큼 농사가 소중했고 한 집안의 1년간 생존이 농사의 시작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곡우 때쯤이면 보통 곡우 비가 한 두 번 내려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봄철 이 무렵에 가뭄이 들면 사람들은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고 해서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근래 들어 기후 변화로 이 무렵에 한발이 드는 것을 자주 접하는데 농사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년 중 날씨가 가장 변덕스러울 때이기도 하다. 특히 몽고와 중국 서북부 고비사막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는 이 시기를 전후하여 가장 심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려 언급되었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황우(黃雨)는 곡우(穀雨) 무렵의 절기에 황사가 있는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황사 먼지가 빗물에 씻겨 내리는 현상으로 승용차로 아침에 출근하는 분들은 모두 경험해 본 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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