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가 전시행정이다. 특히 장애인과 관련한 행정의 경우, 일반인과는 다른 특수성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흐를 우려가 높다.

서산에서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산중학교 인근 석남육교에 설치된 장애인 휠체어리프트다.

지난 2005년 지체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설치한 이 리프트는 담당공무원들의 무관심 속에 그동안 고철로 전락한 채 자리만 지켜오던 애물단지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부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대답을 들은 터라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며칠 앞둔 지난 15일 장애인 A씨와 리프트를 사용해보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사용 신청을 하자 유지보수업체 담당자가 5분이 안 돼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감동은 딱 거기까지였다. 전화로 문의해 가며 서툴게 휠체어리프트를 조작하던 그 담당자는 작동열쇠도 없이 현장에 온 상태였다. 원래 담당자가 작동열쇠를 가지고 다른 작업장에 간 상태라 빈손으로 왔다는 것이었다. 드라이버로 조작 계기판을 뜯어 리프트를 작동시키려는 열의는 대단했지만 A씨는 그만두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 담당자에 따르면 이 리프트는 일반휠체어 전용이어서 안전상 전동휠체어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허탈한 상황에 A씨와 기자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수년을 조르고 졸라 기껏 움직이게 만들어놨더니 애당초부터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는 어이없는 현실이 기가 막혔다.

수동 휠체어가 돌아다니던 시절에는 고장 나서 못 썼고, 지금은 수동휠체어가 사라져 사용할 수 없는 이 리프트가 서산시 장애인 행정의 민낯은 아닌지 심각하게 반성해볼 문제다.

10년 넘게 장애인을 위한 도구랍시고 자리를 지킨 이 휠체어리프트의 원래 목적이 전시행정용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장애인을 대하는 서산시의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막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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