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환원주의의 폐해

자연과학을 발전시킨 중요한 방법론 중의 하나가 환원주의 (Reductionism) 이다.
환원주의란 특정부분의 작용과 현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전체에서 나타나는 효과와 결과 또는 실체를  설명하려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제의 세계는 이와같이 환원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구성요소와 진행과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환원주의는 끊임없는 사고와 연구, 실험 등으로 교정되거나, 보충되거나 전환됨으로써 환원주의로 인한 과잉 일반화(overgenerization)의 폐해를 예방하거나 줄여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탈레스의 철학적 명제는 다른 철학자의 사고와 과학적 증명에 의해 세상의 구성은 물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구성요소도 많은 것으로 밝혀지고, 중력의 법칙 또한 초미립자의 세계에서는 뒤집히게 되며, 인삼의 암치료 및 예방 효과도 과잉일반화 됨이 없이 사람의 사상의학적 체질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자연과학에서는 환원주의 남용으로 인한 폐해가 규모나 지속성, 강도면에서 비교적 적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환원주의는 자연과학에서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을 비롯하여 일반사회 현상에 대한 인식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들자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인문, 사회과학 연구에서 사용되는 통계기법인데, 통계분석 결과에 따른 다수집단(Majority) 과 소수집단(Minority)으로 나뉘어 지며 다수집단의 결과를 하나의 주류, 경향, 또는 전체의 성향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이 결과가 연구자의 입장이 아닌 일반시민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질 때 과잉일반화 (overgenerization) 되어, 환원주의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사회의 인식적인 측면에서도 환원주의 성향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좋은대학을 나와야 성공을 한다”, “결손 가정 청소년이 정상 가정 청소년보다 범죄율과 일탈율이 높다”, “장애인들은 능력이 없어 직장과 사회생활에 부적합하다”, “노인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다”  등등
이러한 사회적 인식들 모두가 환원주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인문, 사회과학과 일반사회 인식에서 나오게 되는 환원주의가 과잉일반화가 되어 나타날 때 사회와 그 구성원에 끼치는 폐해는 자연과학에서 나오는 환원주의의 폐해보다 규모나, 강도, 지속성 면에서 훨씬 크게 나타난다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용되고 남용되는 사회적 환원주의는 편견이 수반되고, 이것이 고착화 되어 낙인(Stigma) 이 되고, 곧바로 차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 상처의 규모가 크고, 깊고, 오래 지속된다.
만약 우리 사회를 오용, 남용되는 사회적 환원주의가 지배한다면 그리하여 다양한 구성원의 정체성과 생활방식, 신념과 이념이 포용되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배척된다면 민주주의 사회의 도래는 요원해질 뿐만아니라 국민상호간의 연대의식도 약화시켜 사회복지 이념과 제도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국가의 성장동력 마저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여러 시각장애인들이 코끼리를 만지고 판단할 때 각자가 다른 부위를 만지고 각기 다른 코끼리의 모습을 설명할 때 어느 힘센 시각장애인이나 또는 다수의 시각장애인에 의해 그려지는 코끼리의 모습과 함께 소수지만 다르게 표현하는 소수의 시각장애인의 판단을 포용하고 조정할 때 좀 더 정확하고 발전된 코끼리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일이 전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며 슬프고도 안타까운 사건과 사연, 그리고 수많은 갈등이 존재하는 현재의 한국사회, 그 사건과 사연, 갈등 하나하나를 분석해보면 전부 오용되고 남용된 사회적 환원주의(Social Reductionism)가 내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연초에 올해의 사자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 라고 했다. 우리 모두가 사회적 환원주의를 경계하여 사슴이 말이 되지 않고 올바르고 현명한 판단을 배경으로 포용력 있고 따뜻한 복지 대한민국이 실현되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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