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20대 청춘과 낭만이 서려 있다. 필자는 그것을 50대가 되어서야 느꼈다. ‘배움에 대한 열의만 있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상투적인 말을 빌려야 할 만큼, 지금은 학사도 석사도 심지어는 박사도 할 수 있는 일명 ‘살기 좋은 시대’다. 그만큼, 과거와 비교하면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
공주대학교 4년 과정, 늦은 나이에 4년이란 대학 시절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대학 낭만하면 MT(Membership Training)를 빼놓을 수 없다. 대학 시절 동기 중 한 명이 ‘MT 장소로 대산읍 삼길포 어때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필자는‘글쎄요...’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룻밤 몸을 뉠 만한 곳이 도통 생각이 나질 않아서였다.
삼길포는 대한민국에서 생선회 값이 가장 저렴하고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또한, 낭만이 머무는 곳이다. 술 한 잔 기울이고, 삼길산에서 바라본 낙조(落照)의 붉은 기운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가 힘들 정도다. 만일, 당나라 낭만주의 시인 두보(杜甫)가 이곳을 찾았다면, 당대 최고의 낭만 시(詩)가 탄생하지 않았으랴 싶다.
그러나 이는 삼길포 주민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되어 버렸다. 관광객들은 시간에 쫓기듯 떠나야 한다. 보고 싶어도 못 보고 발길을 돌려 하는 이들의 심정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삼길포는 서산 북부 관문으로 대·소조도와 난지도, 그리고 비경도 등 빼어난 경관을 지닌 섬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서해안고속도로와 국도 38호선의 연장선에 있는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 해안도로, 대호생태공원과 대산공단을 연결하는 곳에 있어 관광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하여, 내년에 있을 대산항 국제 여객선 취항을 앞두고 주민들의 도시개발 기대가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삼길포를 찾을 적마다 숙박에 어려움을 느낀다고들 한다. 제대로 된 도로가 없다 보니, 주차행위가 무질서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주민들의 건축행위 또한 무계획적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난맥상이 마을 미관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주 여건은 물론,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관광수요를 늘리고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일시에 개선할 방안은 25년이 지나도록 내버려둔 마을 주변 도시계획도로의 개설일 것이다. 도시계획도로 개설은 삼길포가 지닌 관광지로서의 위상을 고려해 볼 때,  더는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룰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서산시는 2015년을 ‘문화가 어우러진 국제관광도시’로 성장할 것을 대외에 표방한 바 있다. 그동안 쌓아왔던 문화적 자부심에 더하여,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자신감이 가세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서산시는 이러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동력으로 내년에 띄울 대산항 국제 여객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삼길포가 애처로운 눈으로 대산항을 바라보고 있다. 20년간 지지부진한 삼길포 도시계획 도로가 언제쯤 첫 삽을 뜰는지, 파도처럼 밀려들 중국 관광객들마저 타지로 내몰아야 하는지를 중얼거리면서...
그리고 ‘머무르는 관광지 삼길포’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삼길포는 서산시 대표 관광지다. 우럭축제, 독살축제 등 관광객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때다. 한시적이라는 것이다. 지속적인 관광객 유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속히 도시계획 도로를 조성하고 숙박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또한, 대산항 여객선 취항과 연계해 삼길포 관광객 유치 전략도 새롭게 짜내야 한다.
9경(景) 중 하나로 꼽힌 삼길포 관광자원을 서산시민 모두가 인정했다. 그러나 관광객들도 과연 그럴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이제는 관광객들도 인정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삼길포는 추억을 품고, 낭만을 파는 천혜의 관광지다. 보여줄 것이 많은 관광지이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그렇기에 ‘머물다 가는 관광지’가 되어야 한다. 말 그대로 구경만 하다 떠나는 관광지는 미래가 없다.
대산항 여객선 취항은 삼길포 발전을 위해 놓쳐서는 안 될 절호의 기회다. 대산항 국제 여객선 취항과 연계한 관광 프로젝트 개발을 통해 ‘머물고 싶은 관광지’가 되길 손꼽아 기대해 본다.
대학을 졸업했기에 동기들과 MT는 같이 갈 수는 없어도 ‘삼길포 어때요?’라는 질문을 다시 받게 된다면, ‘좋아요. 갑시다.’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날이 머지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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