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하는 마음으로 중고제 번성 위해 노력할 것”

서산지역에는 월등한 예술적 유전자를 지닌 심정순 일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중고제의 마지막 계승자로 불리는 심화영 선생도 서산에서 타계했다.

그러나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중고제의 맥박은 너무나 약하다. 그나마 마지막 희망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심화영중고제보존회다. 이번호에는 이은우(43) 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눠봤다.

 

심화영 선생과의 첫 만남은?

지난 1996년(23살 때) 한 세미나에서 심화영 선생님의 백구타령 가야금 병창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참으로 인상이 깊었다. 이 조그마한 인연이 계기가 돼 몇 년 후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화영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당시는 이렇게 큰 인연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운명이었지 싶다.

 

중고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는?

지난 2003년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그 이전에는 판소리계의 보이지 않는 알력 등에 의해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였는데 선생님을 다시 만나고, 새롭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선생님 생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중고제를 배우기 위해 모여들어 지금보다 훨씬 활기가 넘쳤던 것 같다. 그 후 2009년 작고하시기 전까지가 선생님과의 인연이다.

선생님이 남기신 숙제를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중고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고제는 어떤 판소리인가?

살아생전 심화영 선생님께서는 어느 특정한 소리를 가르치려고 고집하지 않았다. 어느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면 제자들의 소리를 인정해 주시고 ‘네 소리는 네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 중고제의 참 매력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기존의 모든 소리를 포용할 수 있는 것. 이를 통해 변화무쌍한 소리를 창조해 내는 것이 중고제의 장점이자 진정한 가치라 생각한다.

 

다른 판소리에 비해 세가 약하다?

과거에는 판소리 관련 서적에도 중고제에 대한 거론이 한 줄 있을까말까 했을 정도로 미약했지만 차츰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전체적으로 침체된 판소리의 번창을 위해서도 중고제의 부활은 꼭 필요하다. 서산지역은 중고제의 뿌리가 될 만한 지역인데 아직 관심이 부족해 안타까운 점이 많다. 행정기관과 시민들이 조금 더 중고제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길 당부 드린다.

 

앞으로의 계획은?

선생님이 남겨준 숙제를 열심히 하겠다. 지난해 시청 앞 솔밭에서 중고제 거리공연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이를 더욱 활성화해 동부전통시장에서 시민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어린이 중고제 합창단을 조직해 국악공연을 열고 싶다.

특히 올해가 보존회 결성 10주년인 만큼, 다른 때보다 더욱 열심히 준비한 기념발표회로 시민들에게 중고제를 알리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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