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 부석면.사회복지사

4월 벚꽃이 화사한 시절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표정도 확실히 한결 가벼워졌다.

벚꽃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는 꽃 자체가 예쁘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피고 지기 때문이다. 보름도 안 되는 시간 사이, 바람에 날리는 꽃비처럼 벚꽃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품고 있는 찰나의 미학 속에서 우리 삶의 유한함을 깨닫기도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해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말이 '현재를 즐기라'는 의미이지만 단순히 향락과 쾌락을 추구하라는 말만은 아니라는 것도, 이 말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과 항상 함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벚꽃이 절정의 순간에 이미 마지막을 예감케 하기에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지난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영국 시인 엘리어트의 대표작 '황무지'다. 이 봄 벚꽃 그늘에 앉아 읽고 또 되뇌어도 봄의 감성을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렇지만 4월은 1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따뜻한 햇살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동감을 안겨주고 꽃으로 뒤덮인 주위의 풍광도 감당키 어려울 만큼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중국 송나라의 문호 소동파는 '봄날의 잠깐은 천금의 값어치가 있다'고 썼다.

독일 시인 헤르만 헤세도 4월을 "피어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온몸을 바치고 삶을 두려워 말아라"고 노래했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봄이야말로 신의 축복과 위로, 지혜라는 의미일 게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4월이 시작됐다. 주위엔 새하얀 목련의 꽃망울이 가득하고 진달래와 개나리의 자태도 사랑스럽다. 봄의 전령 벚꽃은 10여 일이나 앞서 활짝 피어났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봄일 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봄, 잔인한 계절일 수 있지만, 이 좋은 계절 잠깐 동안이나마 세상사 모두 잊고 꽃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한가지로 어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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