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위 향상에 노력하겠다"

“사자만이 살아남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에서 초식동물과 같은 소상공인들이 죽음으로 내몰린다면 생태계 전체의 괴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기남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고 소상공인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에 노력하겠다"며 그 이유에 대해 밝혔다.

한 회장은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에 대해 "말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의 시각은 상당히 형식적이고 행정적이며 진정성도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도, 산업부도 아닌 중소기업청의 한 개 국에서 소상공인 정책을 전담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을 위하는 정책부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정부의 수출주도 정책으로 엄청난 특혜를 입고 대기업을 일궜다"며 "그런데 세월이 흘러 재벌이 3, 4대까지 오다보니 일가가 많아지고 빵집 등 소상공인들이 영위하던 업종에 들어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경쟁을 벌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육성시켜야 하는데 링 위에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경쟁시키고 '심판을 볼 테니 싸우라'고 하고 있다"며 "공정한 것처럼 위장됐지만 들여다보면 불공정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는 더디고 느리더라도 균형발전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꿈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라며 "재벌 집안에서 태어나야 성공하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망해나가면 미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생계형 창업이지만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회장과의 일문일답.

 

소상공인연합회는 어떤 단체인가?

소상공인연합회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지난해 4월 30일 설립된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법정단체다.

한 회장은 인터뷰에서 "올해 처음으로 소상공인의 날(2월26일)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소상공인의 날 축제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상공인연합회가 모여 '소상공인의 날'을 의미 있게 기념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도출된 아이디어였지만 준비나 홍보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에 있을 소상공인의 날 행사 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하나의 뜻을 가지고 있어도 여러 곳으로 흩어져 목소리를 내면 의미가 없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수직적인 조직이 아니고 수평적인 조직이다. 때문에 다수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정서적인 통합을 이루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역할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서 우리가 사회적, 정책적으로 소외받았던 소상공인들의 이슈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연합회의 주요활동은 어떤 것인가?

"되도록 많은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활동이 중요하다. 소상공인연합회 존재의 이유가 소상공인들의 존재감을 알려줘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억울하게 무슨 일 당했을 때 하소연할 수 없었던 걸 소상공인연합회에 찾아가면 최소한 해결이 안 되더라도 말은 들어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지난 해 말 ‘2015 충남서부지역 소상공인‧전통시장 서로 돕고 엮어주기 행사’를 해미읍성 일원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을 중심으로 기업과 금융, 교육, 공공, 지자체 등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충남서부지역 소상공인‧전통시장 상생네트워크협의회의 이름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지역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회, 기업 관계자, 금융기관 종사자, 행정기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여해 네트워킹을 통한 인적교류 및 친목도모의 시간을 가졌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소상공인들의 기대를 받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단체로서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근 연합회에서 가장 많이 화제로 삼는 주제는 무엇인가?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들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먼저다. 이게 우리 연합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대변할 수 있다면 지자체도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소상공인 중에는 외환위기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정부의 창업 장려정책으로 창업전선에 나서면서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희망이 없다. 그것이 문제다. 지금 잘 나가는 10대 그룹들도 1950, 60년대에는 다 자영업자 아니었나. 삼성그룹이 정미소로 시작했으니까. '생계형 창업이지만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어진다. 재벌 집안에서 태어나야 성공하고, 서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벌 아래서 일하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망해나가면 미래가 없다. 소상공인들도 꿈을 가져야 한다. 내가 남보다 열심히, 잘 하면 대기업도 될 수 있다는 꿈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육성시켜야 하는데 링 위에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경쟁시키고 심판을 볼테니 싸우라고 한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공정한 것처럼 위장됐지만 들여다보면 불공정하다. 이제는 더디고 느리더라도 균형발전으로 같이 가야 한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을 살표보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편의점까지 대기업이 골목 상권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 지역의 소상공인은 거의 살아남지를 못한다.

또 카드 수수료 문제가 있다. 보통 공정한 경쟁에서는 약자들에게는 어드밴티지를 주지 않는가.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1.5%, 소상공인들은 3~4%의 카드 수수료를 물고 있다. 출발선부터 불리한 경쟁에 놓여 있는 것이다. 외국은 통상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수수료를 부담하지만, 우리나라는 판매자가 부담한다. 세수 증대 등 그에 따른 이익은 국가가 가장 크게 보고 있는데 반대로 소상공인은 피해를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담배 한갑을 팔 때 이익이 겨우 몇 십원 남는다는데 카드 수수료를 내고 나면 무엇이 남겠나.

 

행정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정은 소상공인을 굉장히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에 있어서 상당히 형식적이다. 진정성도 떨어진다. 대기업과 투자 자본에 의한 대형점포들이 골목상권을 장악해 가고 있는데도 정책들은 눈가리고 아웅이다.

순대, 떡볶이 집까지 대기업에서 하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어떻게 이기겠느냐. 구글이나 폭스바겐이 떡볶이 같은 업종에 손대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대형마트가 대도시에는 입점하지 못하게 한다. 라피앵법이다. 미국도 대형마트가 도시에 입점하려면 동네 자영업자연맹과 합의를 봐야 한다. 대기업 중심 정책으로는 소상공인에게 희망이 없다.

더구나 우리 서산시의 경우 인근 타 시군보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정책이 미진하다. 지난 2012년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충남도내 최초로 소상공인 특례보증자금을 지원해온 당진시의 경우 올해부터 출연금을 확대하는 등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당진시가 시행중인 특례보증자금 지원은 시가 지원금을 출연하면 충남신용보증재단이 출연금의 최대 12배까지 지급보증을 해 소상공인 1인 당 최대 3천만 원까지 저리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당진시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이 제도를 통해 총291명의 소상공인이 특례보증자금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에 따른 지원 누적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당진시는 특례보증자금 지원을 위한 출연금을 지난해 1억에서 2억 원으로 확대한데 이어 올해는 도내 최고 수준인 4억 원까지 출연금을 확대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소상공인을 위하는 담당부서는 진정성 있는 행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

 

임기 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초대회장으로서 여러 가지 해야 할 것이 많다. 현재 소상공인연합회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존재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연합회가 소상공인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주고, 연합회가 우리들의 단체라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연합회가 거시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균형 발전이다. 이에 연합회는 소외받는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장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회장 임기 동안 소상공인들이 희망을 가지고 노력한 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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