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묻어나는 신 문화공간 ‘여미 갤러리&카페’

▲ 여미리 마을 입구에 위치한 여미 갤러리&카페는 따뜻한 차와 이야기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운산면 여미리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농촌에서는 보기 힘든 세련된 디자인의 자그마한 건물이 눈에 띈다. ‘달빛예촌 여미 갤러리&카페’란 간판은 궁금증을 더 하게 만드는데 아무리 봐도 갤러리가 있을 위치가 아닐뿐더러 카페 자리는 더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궁금증을 풀어줄 열쇠는 달빛예촌이라 불리는 여미리 마을에 있다. 이 마을은 지난 2009년 신문화공간조성사업에 선정돼 3년간의 공사를 마친 후 2012년부터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미 갤러리&카페는 달빛예촌의 간판 시설로 일반 개인사업장과는 탄생 배경부터가 다르다. 특이한 배경 뒤에는 특이한 이력의 안주인도 있다.

3년 전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여미 갤러리&카페의 살림을 도맡아 온 조선희 관장은 여미리 사람도, 농촌 출신도 아니다. 얼마 전까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직업이었다.

서울출신인 조 관장은 2011년 귀촌을 감행할 정도로 여미리가 매력 있는 마을이라고 했다. 시골 출신 친구들 덕에 여미리와 인연을 맺을 즈음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던 신문화공간조성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주민들의 초빙으로 추진위원회에 몸을 담은 후부터는 왠지 모를 매력에 이끌려 주말마다 서울부터 여미리까지 줄달음을 쳤다.

가뜩이나 바쁜 일상에 난데없이 끼어든 여미리와의 만남은 시간과의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어려웠지만 많은 고난을 하나씩 이겨내고, 여미갤러리&카페를 비롯해 향토 마을식당인 여미디미방, 도자공방 등이 마을에 들어서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며 귀촌이란 힘든 결정을 내렸다. 이렇듯 탄생배경도 안주인도 특이한 만큼, 여미갤러리&카페는 특별하게 운영되고 있다.

처음부터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만든 곳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갤러리나 카페와는 다른 점이 많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농촌지역은 물론 웬만한 도심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 높은 전시회가 많이 열린다는 점이다. 지난해 개최한 전시회가 24회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기획력을 자랑한다. 활발하게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조선희 관장의 든든한 뒷배경(?). 학창시절을 비롯해 디자인 회사운영과 대학 강단 등에서 만난 예술인들과의 다양한 인연이 여미갤러리를 움직이는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소풍-with Remember 1973’展도 42년 전 조 관장과 함께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던 73학번 동기들이 힘을 보태 만든 전시회로 참여 작가들 또한 쟁쟁해 농촌지역의 조그만 갤러리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 높은 전시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을 이송하는 물류비도 만만하지 않은데다 자신을 믿고 선뜻 전시회에 응해주는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지만 조 관장은 올해도 계속 전시회를 이어나갈 작정이다.

제2의 고향인 여미리 마을과 더 넓게는 농촌지역의 순박한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해 농촌에서도 행복한 삶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꿈이 있어서다. 이런 꿈 때문인지 갤러리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카페도 그냥 카페가 아닌 북 카페다. 여유가 많은 공간이 아니지만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디자인 관련서적과 그 밖의 책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문을 연지 3년차에 접어든 여미 갤러리&카페는 요즘 새로운 변신을 계획 중이다.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지역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조성해 지역민들의 행복을 가꾼다는 사업 취지를 더 살려 사회적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돈 버는 것보다 소중한 것을 이루기 위해 탄생한 여미 갤러리&카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흔해빠진 카페가 식상해졌다면 차와 음악, 그리고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미술작품들이 준비된 여미 갤러리&카페에 들러 부족한 감성을 충천하기를 권유한다.

 

인터뷰 여미 갤러리&카페 조선희 관장

행복 느끼는 문화공간 만드는 것이 목표!

귀촌,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디자인 회사경영과 대학 강단 등 도시에서의 생활은 전쟁과 같은 시간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은 여미리에서는 요즘 대세인 힐링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지만 평소 농촌생활을 동경했고, 여미리 사람들이 너무 좋아 주저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농촌에서도 도시 못지않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걸 깨달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여미 갤러리&카페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마을의 공동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개인사업장이 아닌 만큼 지역주민들과 서산시민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익적 목적이 크다. 물론 적자가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안주인으로서 카톡,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부지런히 홍보도 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입소문을 내준 덕분에 차츰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보니 처음에는 몰랐던 부족한 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산시민은 물론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회에 이어 영화상영, 음악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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