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지난 9일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은 ‘어머니 묘소에 묻어 달라’는 유서를 쓰고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택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결국 법정에 나가지 않고 죽음을 택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면서도 성 전 회장은 “꼭 좀 보도해 달라”며 경향신문과 50여 분간이나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는 박근혜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인 허태열 전 비서실장(70)과 2대 비서실장인 김기춘 비서실장(76)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핵폭탄급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김 실장과 허 실장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성 전 회장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박근혜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는 검찰 수사에서 우연(?)하게도 '이명박 정권 인사들의 비리'로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다. 친이계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전정권의 해외자원개발을 부정부패로 예단’한 상황에서 “이미 사찰 대상을 정해 놓은 기획 수사다”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성 전 회장을 'MB맨'으로 분류한 것은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는 기자회견에서 "2007년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이명박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이후 박근혜 후보의 뜻에 따라 이명박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이었다"며 반발했다.

성 회장이 "나는 MB맨 아니다"라고 울부짖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성 전 회장은 누군가 달아 놓은 MB맨의 꼬리표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계파 논리에 희생됐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쯤 되면 자원외교비리 수사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사정수사’라는 분석에 무게감이 실린다. 자원외교 관련기업은 경남기업 외에도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대우인터내셔널 등 수십 개에 달한다.

특히 석유개발 분야에서 성공불융자를 받은 공공·민간 기업 40여 곳 중 석유공사와 SK이노베이션, 대우인터내셔널 등 '빅(big)3'에 전체 지원금의 60%가 몰렸었다. 더구나 성 전 회장의 동생 성일종 고려대 겸임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의 언론플레이와 달리 석유공사 지분이 55%이고, 여타 국내 재벌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들어가서 공사 측이 돈 관리를 하기 때문에 (경남기업 정도는) 통장 한 번 구경 못해본다"면서 "여기서 돈을 빼낼 수 없다는 사실을 검찰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에 누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현 정권 제2인자인 1, 2대 비서실장 등 핵심실세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던 성 전 회장을 사정수사의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인지 그 배경에 의혹이 가는 이유다.

성 전 회장이 마지막 가는 길에서 “꼭 좀 보도해 달라”고 요청한 50여 분간의 인터뷰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주말 내내 서산의료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서산장학재단 관계자를 비롯하여 지역 인사들의 조문이 발길을 이었다. 지역 발전을 선도했던 그의 죽음 앞에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효심이 남달랐던 그가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지난 1991년 설립한 서산장학재단 장학생 출신 2만여 명의 슬픔이 더 컸다.

“어머니 묘소에 묻어 달라.”는 그의 유언과 함께 죽음으로 밝히고자 했던 성 전 회장의 목소리가 세상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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