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봄은 여론조사 ARS 전화 소리와 함께 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방식은 이른바 RDD(Random Digit Dialing, 임의전화걸기) 방식이다. 전화번호에서 지역 번호와 국번을 제외한 마지막 네 자리의 번호를 컴퓨터로 생성해 무작위로 전화를 건다. 이 방식은 전화번호부 미등재 가구까지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여전히 집 전화만을 이용하다 보니 전화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 표집되고, 집 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쓰거나 070 국번의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제외된다.

휴대폰 여론조사 방식도 있지만, 전화번호와 소유자의 거주지역이 연계되지 않아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를 제외하고는 실상 사용하기 힘들다.

문제는 기술적인 한계보다 후보자 측의 전화대기, 착신전환 조작행위 등이 더 큰 문제다. 불법적인 시스템 조작을 통한 착신전환 방식을 제외하더라도 응답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여론조사에서 후보자 지지층 1,000여 명만 대기시켜도 여론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러한 왜곡은 선거 민의를 왜곡하는 것이자 기본적인 민주 선거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또한, 선거 여론조사가 공정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아닌 ‘악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실상 이번 서산·태안 여론조사에 민의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측의 논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민의가 어떻게, 얼마나 왜곡됐다는 증거와 근거가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또한 문제를 제기한 측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시민들의 제보다. 여론조사 기간중 제보에 따르면 그들조차 여론조사 실시 기간중 독려 문자를 발송했으며, 모 후보의 경우에는 지지층이 모인 폐쇄형 SNS에 ‘여론조사 적극 참여’를 독려하는 공지가 올랐다. 오십보백보였다는 말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다. 3일간 실시되는 여론조사기간을 후보자들이 모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선관위조차 ‘참여 독려 메시지’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법 적용이 쉽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표를 받아들고 상념에 잠겼다. 왜곡일까 진실일까?

메시지를 하나로 과연 그들이 얼마나 움직였을까? 어떤 후보 측 지지자는 적극적이었고 또 다른 후보 측은 왜 그렇지 못했을까?

분명한 것은 어느 후보 측 지지자였던 여론조사에 참여한 그들은 적극적으로 전장에 참여한 용사들처럼 투표장에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여론조사는 후보들뿐만 아니라 지지층 간의 보이지 않은 가상전투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론조사에 무관심한 목표 할당치에도 훨씬 못 미치는 19/20대의 젊은 층과 40대 이후부터 급속도로 높아지는 참여율. 5%의 응답율 속에는 또 다른 민심과 표심의 괴리가 심각하게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참여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없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참고용’ 이상이 되지 못한다. 여론조사는 기술적 ‘사실’일 수는 있을지언정 실체적 ‘진실’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참여하지 않는 민주주의 꽃은 절대 피지 않는다는 진실은 알 수 있었다. 다음번 여론조사에서 활짝 핀 꽃은 아닐지언정 그 새싹이나마 보고자 하는 것이 나만의 욕심이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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