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항상 마음에 품어야 진정한 요양보호사죠”

가족들도 하기 힘든 중증환자의 간병, “정성 다해”

갖은 정성에도 신뢰 받지 못할 땐 ‘서러워’

치매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을 접하다 보면, 치매 환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생활해야 하는 이들, 바로 요양보호사들과 만나게 된다. 치매 환자의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을 지원해줘야 하는 어렵고 힘든 직업중 하나다.

김현순(56)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로 10여 년째 활동 중인 베테랑이다. 요양병원 및 요양원 등을 거쳐 현재는 (주)다인돌봄(대표 권경연)에서 반장으로 활동하며 서산의료원에 배치, 요양보호사로 활동 중에 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로 자신의 인생을 바치며 수많은 환자들을 만난 그녀는 기억에 남는 치매 환자들의 얘기를 들려줬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단란하고 멀쩡해 보이는 가정, 그러나 안으로는 치매라는 병에 걸려 곪아 들어가는 슬픈 상황에 대한 이야기. ‘그분’(치매노인들이 갑작스럽게 활동이 왕성해지는 상황을 요양보호사들은 ‘그분’이 오셨다고 말한다.)이 오신 날에는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장정 못지않은 힘을 쓰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환자. 그리고 의료 현장에서 치매 환자들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안전사고들. 김 씨의 오랜 경력 뒤에는 그런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비일비재했다.

 

치매 환자

“하지 말라 보다 함께 해라”

어려운 일들을 실제로 겪었기 때문일까. 김 씨가 환자를 대하는 입장에는 나름의 노하우들이 있었다.

“치매 환자를 대할 때 하지 말라고만 하는 것보다는 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치매 환자를 가장 잘 케어 하는 자세 중 하나죠. 특히 어린아이와 같아지는 치매는 환자들을 성인이나 노인이 아닌 아이처럼 달래듯 대하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배회하는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배회하는 걸 막지 않고 손을 잡고 함께 걷는다. 손을 잡고 걷다 보면 환자들이 체력이 약해 함께 걷는 사람보다 먼저 지치게 된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쉬게 되고 자연스럽게 병실로 복귀할 수 있다고.

이밖에도 식탐이 많아서 먹을 걸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럴 때 흔히 ‘안돼요, 아까 먹었잖아요’라는 대답보다 칼로리는 없되 먹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게 해주는 과자 등을 제공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것저것 물건을 뒤지는 분들까지 치매노인들의 상태는 다양합니다. 심지어는 욕을 입에 달고 지내시는 분도 많죠. 치매노인들의 특성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거에요. 그럴 땐 가족이나 요양보호사가 함께 행동해주는 게 좋아요. 노인들이 찾는 물건을 함께 찾아주고 심한 욕설도 농담처럼 받아들이고 대화하다보면 상태가 점점 호전되죠. 단, 치매 환자의 곁엔 항상 위험한 물건을 두지 않도록 해 자신과 환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양보호사들, 정말 힘들죠”

인터뷰 도중 그녀가 가장 자주했던 말은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무척 힘들게 살고 있다는 말이었다. 3인 2교대로 하루 12시간 씩 근무하고 있는 그녀지만 일을 통해 느끼는 어려움 보다 자신이 얻는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다보면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되죠. 하늘로 떠나시기 전 노인분들이 내 손 붙잡고 ‘고맙다’며 인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그녀의 하루는 바쁘다. 출근과 동시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중증환자병실은 물론 서산의료원의 ‘환자 없는 병실’의 상황을 두루 확인해야 한다. 다른 요양보호사와는 달리 그녀는 반장으로서의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지난 밤 사이에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건강상태는 어떤지 이것저것 확인해야 할 것도 많다. 이 과정은 요양보호사로서나 반장으로서 전체적인 흐름을 감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이어지는 그녀의 업무는 말 그대로 ‘노동’이다. 환자들을 씻기는 일부터 식사하는 일, 대소변을 가리는 일까지 일 하나하나가 환자의 ‘수족’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의료관련 업무까지 더해지면 노동의 강도가 약하다는 말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김 씨는 환자를 보면서 ‘내가 이 입장이라면 어떨까, 환자가 나라면, 나는 표현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때 되면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그래도 좀 제대로 된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등 환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생각을 한단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이어지다보면 환자에게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요양보호사는 역지사지를 항상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 씨는 환자를 떠나 타인을 대함에 있어 우리가 가장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태도를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일을 ‘노동’이나 ‘고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환자를 내 가족처럼 여기고 언젠가는 자신도 겪어야할지 모르는 일에 대한 선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환자도, 일도 아닌 환자의 보호자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게 보호자나 가족들이지만, 요양보호사의 어려움과 노고는 전부 배제한 체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올바르지 못한 요양보호사들의 사례가 왕왕 언론에 보도되면서 보호자나 가족들이 걱정을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자신이 신뢰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러움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단다.

“정성을 다해 환자를 돌보고 있음에도 그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서러운지 요양보호사들 외에는 알기가 쉽지 않아요. 역지사지로 환자를 생각하고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반대로 역지사지로 생각해주는 보호자, 가족들도 있었으면 하는 게 제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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