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이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상태바
구제역, 이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 서산시대
  • 승인 2016.01.15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신환 김신환 동물병원장

또 구제역이다. 전북도는 김제와 고창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 16일 0시부터 7일동안 도내 돼지를 타 시·도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구제역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가축의 반출 제한 규정이 적용된 것은 작년 12월 23일 가축전염병예방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이다.

구제역은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 정한 국제교역 규제대상으로 지정한 질병으로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규정한 가축질병이다. 이 질병은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만약 집단식 공장사육을 하고 있는 축산농가에 구제역이 발병 할 경우 생산 농가의 경제성과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므로 농가입장에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감염된 동물의 배설물, 사료, 감염지역을 운행한 차량, 사람의 옷, 신발, 재채기나 호흡, 공기 등 다양한 경로로 전파되므로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백신접종을 권고하고 나섰지만 현재 백신은 소에게 접종할 경우 항체가 95%를 넘게 형성되지만 돼지의 경우는 항체 형성률이 60%에 그친다는 것으로 알려져 백신접종만이 대책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발병 시 치료법은 없다. 현재로서는 일단 감염되었거나 감염이 우려되는 가축은 모두 도축하여 매립하도록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정하고 있다. 이른바 ‘살처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말부터 2011년 4월까지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기승을 부려서 무려 350만 마리의 가축들이 살처분되었다. 축산농가들의 재산피해도 3조원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말할 수 없이 참혹했다. 생으로 수백만 마리의 생명을 죽였으니 온 나라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이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의 정신적 트라우마 사례들도 드물지 않게 보고되었다. 자식처럼 키워온 가축들을 집단 도살하여 땅에 묻은 축산농민들의 가슴에 피멍이 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축산에 경쟁력이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다. 구제역 발병 이면에는 우리나라 같이 집단식 공장 사육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식 공장화되어 있는 소 2만 마리의 사육장은 인구 32만 명과 같은 규모의 배설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과 토착화 되는 구제역과 AI 등 가축질병, 수급 불안정으로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축산 농가들의 한탄은 현재 위기에 처한 국내 축산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환경생태운동가들과 수의학계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공장식 대량사육, 밀식사육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구제역과 함께 살면서 끊임없는 경제적인 손실을 보든지, 아니면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가다듬고 구제역이란 질병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기 위해 총력을 쏟든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생산과 효율만 강조하는 '좁은 땅, 많은 사육'에서 동물을 배려한 건강한 윤리적 소비와 동물의 안락함이 우리의 삶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