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주부, 6차산업 전도사 되다.

▲ 130여개의 장독에 차곡차곡 두루맛의 꿈과 성공을 익혀가고 있는 한금남 대표.

비실비실한 겨울햇살도 따스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기막힌 명당자리에 수많은 장독들이 진을 치고 있다. 아직 장독을 차지 못한 메주들은 한쪽 구석에 주렁주렁 매달린 채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때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부산2리에 터를 잡은 ‘서산 두루맛’의 평화스러운 전경이다.

이곳에는 130여개의 장독들이 저마다 각양각색의 된장과 간장을 품고 있다. 태어난 시기는 조금씩 달라도 만든 이는 한사람. 바로 두루맛의 안주인인 한금남 대표다.

과거의 한 대표는 살림만 할 줄 아는 전형적인 가정주부였다고 한다. 20여 년 전 아파트가 싫다고 우기는 남편 덕에 부산2리로 이사 오기 전 까지는 말이다.

농사일은 죽어도 안하겠다는 굳은 약조를 받았지만 시의 한 구절처럼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죽도록 고생해서 콩을 키웠는데 가격이 너무 형평 없는 거예요.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 이런 하소연을 했더니 솜씨가 좋으니 된장을 만들어서 팔라고 하더군요.

그 인연이 벌써 20년이나 됐네요”

친정엄마에게 뛰어난 음식솜씨를 물려받은 탓에 한 대표는 나름 탄탄대로를 달렸다.

된장과 김치 등을 판매해 시골 가정주부로서는 꽤 큰 수입을 올려 자신의 용돈으로 요긴하게 쓰는 등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10여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뭔지 모를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장사는 여전히 잘 됐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이 그냥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 대표는 지난 2012년 지금의 두루맛을 만들었다.

이왕 시작한 거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의욕이 평범했던 가정주부를 6차산업 전도사로 변신시킨 것이다. 그 후로도 한 대표의 장맛은 여전했다. 친정엄마에게 배운 옛날 전통방식으로 무쇠 가마솥을 사용하다보니 일은 더디지만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들은 차츰 많아졌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도 있었다. 진짜 시골사람이 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10년 동안은 마을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살았습니다. 장 만들고, 농어촌기술센터에서 교육받고, 나머지는 제 할일 하고 다니느라 동네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죠. 그러다가 새마을부녀회에 들어가면서 진짜 시골사람이 됐죠”

몇 번의 튕김 끝에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한 후 1년 후에 부녀회장이 됐고, 현재는 9년차 고참 부녀회장이다. 두루맛과 관련해 6차산업을 비롯한 각종 교육과 마을 대소사까지, 옛날 장만 만들 때보다는 몇 배나 힘들어졌지만 만족감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체험농장과 6차산업 인증을 받은 후 두루맛의 명성이 더 높아져 다양한 체험객들이 많아졌고,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를 받아 초등학교에 메주를 납품하는 성과도 올렸다.

또한 두루맛을 통해 미약하나마 마을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더욱 뿌듯함을 느끼는 중이다. 6차산업 교육을 받다가 지금처럼 이란 말을 쓴다고 핀잔을 자주 당한다는 한 대표는 그래도 지금처럼 두루맛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점차 많아지는 주문 탓에 일정부분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왔지만 지금과 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수작업을 고집하고, 확장은 일단 보류했다. 대신 지난해부터 유기농 콩으로 장을 만들어 오는 2017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양보다는 질을 택한 것이다.

한 대표는 지금 시급한 것은 사업 확장이 아니라 수제자를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고, 재료도 직접 키우는 탓에 늘 곁에 붙어 배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잘 묵은 장만큼이나 신뢰받는 6차산업 본거지를 만들고 싶다는 한 대표.

그의 꿈이 주렁주렁 달린 메주마냥 잘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오래 묵힌 장 냄새처럼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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