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아픈 건 몸이 아니라 ‘마음’

사랑 받아야할 나이... 힘들었던 시기 그래도 ‘정’이 그립다

경찰이 되고 싶다는 철우(14)는...

어린 시절,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 대통령을 꿈꾸고, 소방관, 경찰을 꿈꾸곤 한다. 어린 아이가 꿀 수 있는 흔하디흔한 꿈일 수도 있지만 철우에게 경찰이란 꿈은 간절하다.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 겪었던 아픈 일들과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홀로 남겨져 겪어야만 했던 말 못할 일들이 쌓이고 쌓여 철우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만들었다.

어두운 유년기를 보내던 철우를 세상에 알린 것이 바로 경찰이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위탁가정에서 자신을 도와 준 경찰처럼 정의를 실현하고, 어려운 일에 처한 국민을 돕기 위해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보육원 생활을 하게 됐지만 화상으로 상한 피부를 수차례 수술 받을 수 있었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 늦은 입학이지만 2년전 부터 초등학교를 다닐 수도 있었다. 12살의 어린 나이부터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한 철우는 이제 어느 아이들 못지않게 야무진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장기자랑을 할 때면 항상 먼저 나서 노래를 불러요. 부끄러움은 없어요. 비록 학교도 늦게 들어갔고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은 다른 손 모양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고 있죠.”

동문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철우는 2년 전 1학년으로 입학해 월반을 거쳐 현재 6학년이다.

이제 올 봄이면 대철중학교로 진학하는 철우는 비록 또래 아이들과 같은 학년에서 공부하게 됐지만 학업에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다.

철우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뒤쳐진 이유는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데서 시작됐다. 본래 가정이 있던 아버지와 미혼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철우는 끝내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아야 했고 미혼모로 철우를 키우기 힘들어 했던 어머니가 지인에게 가정위탁을 하게 됐다.

태어난지 얼마 안돼 부모로부터 버림 받았던 철우에게 부모란 ‘말로만 들었을 뿐 기억 조차 없는 사람’ 이었다. 비록 가정위탁을 통해 나름대로의 가족을 얻을 수 있었지만 호적에도 오르지 못해 학교는 커녕 병원조차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단다.

 

부모·사회로부터 잊혀진 철우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잊혀진 존재로 살아오던 철우가 세상에 알려진 건 경찰에 의해서 였다.

고층 창문을 통해 손발이 묶여진 채 떨어져 행인에 의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조사에 따르면 철우는 손발이 묶여진 채 형과 함께 장난을 치다 떨어진 것으로 진술되어 있으나 아동학대 및 폭력이 의심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사고로 인해 철우는 다리에 철심을 넣어 고정 시키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2014년도에 철심을 빼는 수술을 진행했고, 현재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큰 수술을 겪었던 터라 아직까지도 큰 무리는 할 수 없는 상황이란다.

경찰을 통해 세상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철우는 각종 아동보호소 등을 거쳐 현재 성남보육원(시설장 최성수)에 정착해 생활 중이다.

 

이제 중학생, “가족 만나는 건 포기했어요”

 

“가족들은 포기했어요.”

‘가족들을 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제 중학교에 입학을 앞둔 어린 철우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 철우에게는 가족보다 손에 잡힐 수 있는 완구류 ‘레고’가 더 중요하단다. 자신이 원하는 데로 무언가를 만들어 갈 수 있고 언제든 곁에 두기에 곁에 없는 가족보다 소중하단다.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만나 봤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만나서 인지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 나지 않아요.”

요즘은 10여년 간 자신을 돌봐줬던 이모(가정위탁을 받았던)가 많이 생각난단다. 가끔씩 이모에게 편지를 쓸 때면 항상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고 답장이 도착했을 때 가장 기쁘다는 철우.

“이모와 함께 살던 때가 좋았다, 즐거웠다, 나빴다, 싫었다 보다는 나를 돌봐준다는데 대해 느꼈던 고마움과 정 때문인 것 같아요.”

비록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이 의심돼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 그동안 쌓였던 정 만큼은 철우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란다.

 

화상으로 잃은 양손 피부, 그래도 꿈은 잃지 않아

 

최근 철우는 오른 손에는 압박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6살 무렵에 뜨거운 물에 크게 화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받은 수술로 인해 피부조직이 안정되지 않았기에 약3개월 동안은 꼭 착용하고 있어야 한단다.

철우가 입은 손의 화상은 심각했다. 오른손뿐만 아니라 양손 모두 화장을 입었고 피부조직이 녹아 늘어 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늘어날 수 없는 피부는 손뼈가 성장할 수 없도록 조여 왔고 점점 손은 기형적으로 구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화상 당시 손가락 피부가 서로 붙은 채 자연 치유된 상태였다.

이제는 철우의 이야기가 성남보육원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후원자가 생기기 시작했고 자신의 피부를 이식하는 4번에 걸친 수술 끝에 이제는 손가락도 제법 모양을 갖췄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워낙 큰 화상을 입었던 터라 몇 차례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며 수술비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남보육원 최성수 시설장에 따르면 현재 철우의 손 상태는 수술경과가 좋아 2~3회 정도의 수술을 더 받고난 후에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을 받은 상황이다.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요. 그동안 학원을 다니면서 부족한 수학공부도하고 미술도 배웠죠. 친구들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면이 있어 더 배우고 실력을 키워가고 싶어요. 중학생이 되면 공부를 잘해서 꼭 상도 받아보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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