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노인복지사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생이별을 하여야 한다니...”

눈시울을 붉히시는 독거 어르신을 뒤로 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내 마음도 울고 있어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다.

새해부터 공무원들의 순환보직같이 독거 어르신 돌보미들의 담당 지역이 바뀐다. 행정 방침에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별 아닌 생이별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예전에 젊은 사람들과 싸울 때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라는 소리에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늙어봐야 그 입장을 안다는 우스갯소리지만 행정 또한 예외는 아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산간 다 태운다'는 속담도 있다. 독거 어르신 도우미들의 순환보직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노인복지도 어르신들 입장에서 현장에 맞게 시행되어야 한다. 사실 독거 어르신과 마음을 트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아무리 도우미라고 해도 의지하며 자식에게 말 못할 사정을 의논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어르신들에게 남은 것은 사람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어르신들은 마음을 열지 않으면 먼저 전화를 걸지 않는다. 심지어 멀리 떠나 있는 자녀들조차 찾지 않는 것도 서러움과 외로움 탓이리라.

“꼭 다시 돌아올께요.” 다짐하는 말에도 어르신은 “내가 얼마나 산다고...다시 볼 수 있을까....”라며 손을 놓지 않는다. 주름진 눈가에 고인 눈물을 어찌 닦아 드려야 할지 가슴만 먹먹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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