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발전을 위한 마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

엄익준 씨는 중년의 평범한 회사원이다. 본인 스스로도 남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가슴을 아직 뛰게 만드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연극무대다. 연극과의 첫 인연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무대가 그에게 남긴 추억은 상당히 날카로웠던 듯하다.

“초등학교 4학년 5월 8일 날 녹두장군이란 연극의 조연으로 무대에 올랐죠. 중학교 때까지도 자주 무대에 섰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무대가 주는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도 글 모임 동아리인 ‘탱자성’에서 활동하며 학창 시절 내내 문화적인 감각을 유지하고 있던 그는 성인된 후에는 방통대 동기들과 함께 ‘아름’이라는 연극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등 청춘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무대 위에 쏟아 부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계는 곧 다가왔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먹고 살기 바쁜 나이가 된 것이다. 정신없이 치열한 직장생활은 자연스럽게 연극과 멀어지게 만들었고, 한동안 연극은 사치스러운 기억 속의 호사로 남아있어야만 했다.

이렇게 속절없는 세월이 흐르던 중 다시 한 번 무대와 인연을 맺을 기회가 찾아왔다.

극단 둥지가 척박한 지역문화 여건을 극복하고 창단한 것이다. 당시 지역의 연극동호인들에게 이 사건은 신선한 충격이었던 터라 엄익준 씨는 지난 1997년 주저 없이 둥지에 입단했다.

“저 혼자만 입단한 것이 아니라 연극에 관심 있던 지인 32명과 동반 입단했습니다. 그만큼 둥지의 창단은 지역 연극계에서는 큰 이슈였습니다. 20여 년 동안 서산지역 연극을 지켜온 둥지단원으로 살아왔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현재 그의 직책은 극단 둥지 대표다. 지난 1월 취임한 후 단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참 열심히 살아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배역도 바뀌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바라보는 역할이었지만 이제는 무대 바깥에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어떤 위치건 연극과 함께 할 수 탓에 엄 대표에게는 행복한 모두 다 행복한 배역이다.

다만 세월이 흐르고, 맡은 임무가 커 지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졌다.

“사실 지역에서 연극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하게 무대를 지키고 있는 단원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인 거죠. 힘들지만 항상 서로 화합하며 무대에 서는 단원들에게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곧 임기를 마쳐야 할 처지지만 엄 대표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많은 계획들이 현재진행형이다. 연극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서산만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것, 소극장 마련, 유료공연 현실화 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생이란 무대에서 엄 대표가 연기할 내용이 무엇일지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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