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웠다고

 

사람들은 쉽게 마음 비웠다고 하지

너무 많은 호주머니 돈

너무 높은 감투욕

너무 끝없는 탐욕

 

그러나 생각뿐

그렇게 쉽게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돈을 잃고

관직에서 쫓겨나고

허탈할 때

마음을 비웠다고 자위하지

 

높은 정상에서 추락할 때

몸이 무거우면 상처가 크고

몸이 가벼우면

새처럼 훨훨 나르며

마음 비우니

행복해지는 마음

알 수 있지

 

그러나 비우면 채워지는 원리

아무나 아나

이것을 알면 도사지

 

황소바람

 

아무리 문을 닫아도

한옥 창문은 불청객이 들어올

빈틈이 있어 나를 만나자고 하지만

냉랭한 자네는

마음이 오싹해서 정이 없네.

 

바늘구멍에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말

어른들이 말해주었지

찬바람이 불기 전에

불청객을 막기 위해

오늘도 문풍지를 바르네.

 

이왕이면 싸늘한 겨울에

온풍으로 들어오고

여름에는 냉풍으로...

이런 생각은 부질없는 허망이지만

 

나이 들며 겨울이 겁나는 것은

피가 식어 열이 없고

피부가 얇아져 너를 환영할 수 없네.

문풍지로 너를 막는 심정

섭섭하게 생각 말고

한여름 문을 활짝 열거든

방안으로 들어와 이야기 하세

 

김기현/시인

화백문학 수필부문 등단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 회원

계암고택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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