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가에서는 ‘박 터지는 12월’이란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지역 정가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15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이 같은 형국은 더욱 거세지리란 예측이다.

여기에 ‘진실게임’이라는 정치판 개콘이 시작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사석에서 ‘진실한 사람이 진정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마 희망자들 가운데 진실한 사람을 자처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후문이다.

아마도 ‘박심’이 공천경쟁의 잣대가 된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이러다 보니 온갖 ‘박’이 난무한다. 진박(진짜 친박)과 가박(가짜 친박)을 비롯 용박(박 대통령을 이용하는 사람들), 원박(원래 친박), 복박(당으로 복귀한 친박), 홀박(홀대받는 친박), 범박(범친박), 멀박(멀어진 친박), 짤박(잘려나간 친박), 옹박(박 대통령을 옹위하는 친박) 등이 회자되고 있다.

국회의원을 뽑는 몫이 국민인 유권자가 아니라 ‘박심’이 아닌지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피비린내 나는 공천 경쟁에 뛰어든 후보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싶은 마음이야 안쓰럽고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국민의 마음은 세밑 추위와 함께 냉기가 가득하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연말일수록 요즘 삶은 더욱 힘들고, 그늘진 곳에서 이를 견뎌야 하는 불우 이웃들은 더한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총선이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니 어디 이 땅의 국민을 하고 싶겠는가. 어떤 영화의 대사처럼 “나 국민 안 해!” 따뜻한 남쪽 나라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다.

을미년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정치·경제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신년인사를 빌미로 네 음절의 한자로 만든 올해의 사자성어를 쏟아낼 것이다. 그리고 언론마다 사자성어가 홍수처럼 넘쳐날 게 뻔하다.

올해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2015년 희망 사자성어는 정본청원(正本淸源)이었다.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서 비롯된 이 말은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당시 정본청원을 추천한 교수들은 “관피아의 먹이사슬, 의혹투성이의 국방사업, 비선조직의 국정농단과 같은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사자성어처럼 본을 바르게 한 것이 아니라 더한 혼란과 혼돈 속으로 내몰린 한 해였지 않나 싶다.

내년 총선에서는 꿈이 있고 마음이 맑은 사람. 근본이 바르고 상식에 충실한 사람. ‘박심’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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