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성/서림복지원 원장

연말 잇따르는 송년회에 몸이 지친다.

밀린 일을 마무리하고 새해 계획 짜느라 바쁜 터에 연일 송년회까지 치르자면 피로가 걷잡을 수 없이 쌓이는 탓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피하기도 어렵다. 어떤 모임이든 나름대로 존재이유가 있어서다.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 '오붓하게 한번 모이자'는 제안을 어떻게 뿌리치겠는가.

우리 지역도 시상식이다 송년회다 각종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한 해를 편안하게 마무리하자는 취지로 열리는 자리들이지만 정작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피곤하고 지쳐있는 경우가 많다. 매일 저녁 술자리로 이어지기도 하고, 하루에 서너 개의 행사가 겹치는 바람에 얼굴만 잠깐씩 비추고 나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사장에 달려와 지루한 인사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내빈들이나 의무적으로 자리만 채우고 있는 내 몰골이나 똑같은 표정이다.

세계 어느나라든 송년모임이 있지만 우리는 유별나다. 간단한 저녁식사 후 공연이나 영화보기, 불우이웃 돕기 같은 색다른 송년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먹고 마시기가 대세다. 술에 절어 인사불성되는 사람이 여럿 나올 때까지 끝장을 봐야 '제대로 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올 송년회는 조금 달라지는 게 어떨까 싶다. 마치 일정을 소화하듯 수많은 행사며 모임에 치여 살기보다는 당장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좀더 진실한 대화를 하면서 덕담을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적어도 한집에 살면서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위해 며칠 약속을 비워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체력적으로 방전되기 쉬운 시기에 활력소가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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