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웅의 도시재생을 꿈꾸며-①

몬드리안 컴포지션
몬드리안 컴포지션 (사진출처=Colorful Life)

인구절벽, 도시소멸, 자연 소멸 등의 단어가 익숙함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작금의 사회에서는 이 단어들이 큰 이슈 거리가 되지 못하다 보니 어쩌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루한 재생의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신축이나 혁신에 의해 빠른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현실 앞에 큰맘을 먹고 재생(再生)이란 화두로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필자는 먼저 재생에 대한 거창한 담론을 꺼내기보다는 우리 선조들의 생활 재생을 살펴보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재생에 대한 이해와 활용방안을 다양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천이 귀하던 조선시대에는 옷이나 이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모아 붙여서 조각보를 만들었다. 이것은 마치 네덜란드 화가 몬드리안의 네모 도형에 빨강, 노랑, 파랑으로 구성된 추상 작품을 연상시킨다.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아 전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의 작품으로써의 찬사를 받은 조각보는 평범한 조선 여인들의 섬세함, 알뜰함이 엿보이는 사례로, 자투리 천을 모아 두었다가 생활용품(상보, 선물보 등)으로 재생시켜 역사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조각보의 모던한 이미지와 칼라 대비의 대담성은 세계인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실제로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안아트 뮤지엄, 호주 시드니 파워하우스 박물관, 일본 도쿄오사카 민예관 등의 유수한 박물관에서도 전시회를 열어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사례들만 보더라도 한국의 조각보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조각보를 만든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더구나 쓰고 남은 자투리 천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이렇듯 우리 선조들의 재활용에 대한 시도는 간절함과 창의적인 생각들이 어우러져 위대한 생활공예로 재탄생 시켰다.

우리는 이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선조들에 대한 생활 재생의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바로 음식에 대한 재생의 예다. 작물을 수확하면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부산물을 활용하여 반듯한 반찬으로 자리 잡은 깻잎장아찌, 고구마줄기, 무청 등. 이것이야말로 선조들의 알뜰함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생활 재생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맛과 영양 어느 한 가지도 부족함이 없는 재생 식품이다.

이처럼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며 재활용과 재탄생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던져 주고 있는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재생이란 작업은 절실함과 창의적 사고가 버무려질 때, 그 본래의 기능성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지구환경보존이란 차원에서, 자원순환 경제를 실천하는 정책들의 기저에는 우리 선조들이 보여주었듯 절박함과 창의적 사고가 함께 작동될 수 있는 다원적 계획들이 녹아있어야 한다.

재활용과 재탄생의 성공은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보다 큰 기능과 조화로움이 보장될 때만이 순기능이 작동되며 더 넓고, 더 깊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필자는 우리 선조들의 손끝에서 탄생된 조각보를 보며 다시 한번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래본다.

한기웅 서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강원대학교 명예교수
한기웅 서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강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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