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34

건축 안에 인테리어 있고, 인테리어 안에 스타일링이 있다. 공사의 규모를 잘 파악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지말자.
건축 안에 인테리어 있고, 인테리어 안에 스타일링이 있다. 공사의 규모를 잘 파악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지말자.

내가 믿은 선택이 항상 옳지 않다고 해도 절대 날 미워하지 않으리주인공의 노래-선우정아

처음으로 마련했던 소중한 내 집은 지은 지 꽤 오래된 대단지 아파트였다. 세월의 흔적을 지우려는 입주자 덕에, 계절을 막론하고 단지 내 어딘가에서는 늘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잦은 공사 소음을 겪다 보니, 엘리베이터에 붙은 인테리어 공사 기간 양해를 구하는 글은 차라리 반가운 편에 속했다. 벽을 접하고 있는 이웃에서 이따금 서툰 리듬감의 못질과 드릴질이 전해졌다. 헤드뱅잉을 하며 들어봐도 셀프 인테리어임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눌하기 그지없고 비효율적인 햄머 드릴질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가뜩이나 노후하여 여기저기 쑤시고 약해진 건물은 기어코 타격을 입고야 말았다. 지루한 셀프 인테리어는 윗집 욕실의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던 방수층을 자극했을 테고 우리 집 욕실은 누수를 겪으며 천장 공사를 다시 해야만 했다.

나 역시도 꽤 규모 있는 인테리어 시공을 치르고 새로운 둥지를 텄었다. 도배와 각재 몰딩 설치를 시작으로, 약간의 목공사와 강마루 시공까지 보태었다. 소재와 상태가 좋은 통나무 문틀과 문짝은 소소한 디자인 변경과 도색작업을 하였고, 싱크대 교체와 욕실은 전체 공사를 진행하였다.

당시만 해도 10년은 살겠다는 마음에서 꽤 많은 부분을 손봤다. 마음으로는 길고, 공정으로는 짧은 2주 정도가 소요되었다. 현장은 감리를 나갈 때마다 급변하였고, 새색시처럼 수줍고 깔끔한 모양새로 다듬어졌다.

그렇게 한껏 힘을 준 집에서 새 건물인양 착각하며 지냈다. 그리고 얼마 못 가 리모델링에서 최고 난도와 비용을 자랑하는 외부 새시 공사를 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공들여 단장한 집을 두고 2년 만에 이사하게 되었다. 분초를 다투며 고심해 고친 이쁜 집을 두고 떠나려니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아무리 잘 지은 건축물이라도 이용자에 따라 변화를 겪게 마련이다. 그 과정중에 혹자는 인테리어를 규모가 큰 공작 활동처럼 인지하기도 한다. 물론 일반인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법한 분야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실제로 대규모 셀프 인테리어를 아주 성공적으로 해낸 지인분도 계신다.

하지만 약은 약사에게 시공은 건축전문가에게 맡긴다면, 완성을 위하여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생각보다 더 적은 비용만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점도 되짚어 보기를 추천한다. 매끈한 마감은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반인 손끝에서는 피어나기 어려운 편이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현) 시흥시청 '시흥문화자치연구소' 기획자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회 서부공영감리단/전) 2021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시민위원/현) 시흥시청 '시흥문화자치연구소'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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