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개혁은 사회의식 개혁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산시대 임정래 부장
서산시대 임정래 부장

어느 봄날 뷔루셀의 오색 꽃이 만연한 공원은 술 취한 젊은 대학생들로 붐볐다. 나는 동료 직원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한국이나 유럽이나 대학생들의 낭만이 부럽다라고 말하며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그 순간 친구는 정색하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들에게 대학이란 한국의 고3 생활을 4년여간 하는 것이며 오늘 술 파티는 중간고사 시험이 끝난 날이기에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들의 대학 생활은 한국과는 다른 면이 많이 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직장생활을 하다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입학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다만 4년 안에 졸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중학교 때 이미 진로를 결정하여 대학에 갈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가지 않은 학생은 기술계로 진학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하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명문대학이란 곳을 가기 위해 맹모강남지교로 강남의 집값이 폭등하는 한국과는 사뭇 달랐고,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평등의식이 바탕이 되어 직책이나 직업으로 사람을 서열화하는 현상은 없어 보였다. 각자의 다른 재능을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필자가 한국공장의 Controller(재무 이사)를 할 때 제조설비 문제로 Engineer(기술자)들이 해결 하지 못하여 해외에서 공학박사가 들어와 문제해결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공학박사들은 다양한 원인과 다양한 결과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다변량분석을 하며 문제해결을 시도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연구가 종료될 때쯤 Technician(기술계고등학교 졸업자로 일정 분야 전문가)이라 부르는 기술자들을 초빙하였다.

그들은 공학박사와는 달리 여러 가지 원인을 통제한 후 하나의 원인을 가지고 제품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단순회귀분석 접근법을 시도하였고, 그로인해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을 경험했다.

한국 사회였다면 아마도 박사의 보조자로 일했을 것이지만 필자는 그들에게서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서로 존중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연히 급여는 많이 배운 자가 많지만 그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다만 업무영역에서 각자의 전문성과 독립성만큼은 철저히 보장됨을 보았다.

한국 사회는 어떨까?. 직업으로 귀천을 나누고 직책과 직급으로 서열화를 중요시한다. 필자가 농사를 짓기위해 시골에 오니 대학 나온 애가 농사를 짓는다고 흉보던 사람도 있었다. 필자는 그럼에도 재물보다는 글과 식물을 통해 훨씬 행복감을 느끼지만, 사람들은 식물을 단순히 돈벌이로만 보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서열화를 반대하는 학부모도 찬성하는 학부모도 있다. 하지만 내 자식만큼은 명문대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대다수 부모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교육개혁을 외치지만 명문대 입학이 교육의 최종목표가 된 사회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외침이다. 교육개혁보다 더 시급한 것은 직업과 직책, 재산으로 서열화하는 우리의 의식개혁과 사회구조의 변화가 문제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교사가 덴마크의 교육시스템을 배우려 한다. 덴마크 교육은 170년 전 철학자 그룬바르트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들의 교육 제1 목표는 인간관계와 행복이다. 아마도 그런 교육이 자리를 잡았던 것은 사회시스템이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큰아이는 목표 의식이 뚜렷해 공부를 잘했고, 작은아이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는 못했지만, 큰아이보다는 훨씬 행복하게 청년기를 보내는 것을 보고 있다. 큰아이는 공부를 위해 명문대학에 진학했지만 작은 아이는 공부보다는 부모님 돈으로 4년 동안 다양한 사람과 사랑을 하려고 이류대학에 진학을 한다고 하니 오히려 큰 아이가 둘째를 부러워했다.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얼마남지 않았다. 수많은 정책과 공약이 나온다. 하지만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행복한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재물과 직급이 많고 높음을 부끄러워할 줄 알며 세상의 근본은 사람인 것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할 때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래야 맹모강남지교의 신화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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