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 101

첫째 다은이

아파트 내 배드민턴장 주변에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여름에는 6시도 대낮처럼 훤한데 그 시간에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오후 8시나 9시면 이해하고도 남겠는데 6시는 좀 너무한 것 아닌가?

배드민턴 치기 딱 좋은 장소를 떡하니 두고 다른 동과 동 사이에 있는 놀이터를 이용하거나 근처 공원까지 걸어가야 할 일인가? 이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일과 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아파트 관리자 한 명에게 배드민턴장 이용을 제한한 이유를 물어보니 민원 때문이라고 했다. 그놈의 소음으로 인한 민원민원민원!!!

낮에도 배드민턴장 때문에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은 주인공은 배드민턴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디에 사는지 누군지 호구조사까지 했다고 한다. 당당히 조사 결과를 들이밀면서 쉬는 데 방해되니 다른 아파트 주민들은 이용하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요청한 그 사람~

고만고만한 동네에서 이 아파트, 저 아파트 서로 왕래하며 사는데 누가 누구를 어떻게 막으란 말인가? 관리실에서도 고민 끝에 이웃한 아파트의 배드민턴장처럼 오후 6시 이후 이용을 금지했다. 여기서 우리는 주변 아파트에도 비슷한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하나(둘 혹은 셋, 혹은 그 이상?)의 매정한 그 사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외부 소음은 당연한 거 아닌가? 소음 때문에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을 배드민턴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쫓아내는 거라면 놀이터나 공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시끄러워도 괜찮다는 말인가? 아님 오후 6시가 지나면 배드민턴은 치지도 말아야 하나? 설마 놀이터와 공원까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태도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는데 시끄럽다며 식칼을 들고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니 말이다(위의 민원인과 동일 인물이라면 더더욱 소오름!). 야간 근무자에게는 낮에 이뤄지는 공사 소음이 괴로울 수 있을 것이다.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면 리모델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무슨 죄란 말인가? 그들은 그저 본인의 일을 성실히 한 것 뿐인데 대낮에 식칼이라니 웬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란 말인가?

주변의 또 다른 아파트는 이런 이유로 언젠가부터 더 이상의 베란다 확장이 불가능하다. 이 아파트에서 베란다가 확장된 곳에 살고 싶다면 이미 확장이 이루어진 곳을 찾는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의 소음문제와 더불어 자행되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면 답은 단독주택이다.

그러나, 단독주택에 갈 수 없는 형편에서는 그 답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언젠가 아파트 안내방송을 듣다가 웃어버렸다. 재미있어서도 아니고 즐거워서도 아니었다. 민원이 들어오니 주말과 평일 오후 6시 이후에는 망치질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럼 평일 6시 이후 퇴근하는 근로자들로 이루어진 가정에서는? 주말에도 안되고 평일 저녁 6시 이후도 안되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망치질도 한 번 못하는 것인가? 아님 망치질을 위해 반차라도 내야 되나? 못질을 30분 연속으로 땅땅땅땅땅땅땅땅... 하염없이 치는 것도 아니고 잠깐 시끄럽고 마는 소음인데, 얼마나 민원이 빗발치길래 망치질도 못하게 막는 건지 헛웃음이 나고야 말았다.

지난주에는 김혼비의 [다정소감]을 읽으며 작가의 다정을 한껏 느꼈다. 그런데 하필 배드민턴장 앞에서 인정사정없는 안내문을 볼 게 뭐람?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인정사정없는 사람들보다는 다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비행기 소음조차 다정히 맞이할 수 있는 김혼비식 다감을 장착한 사람들 속을 누비고 싶다.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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