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병부 사)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 지부장/사)한국예총 서산지회 부지회장
최병부 사)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 지부장/사)한국예총 서산지회 부지회장

망망한 대해에는,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더없이 아름답고, 수평선 위에는 한 폭의 그림처럼 고깃배들은 봄빛처럼 곱다.

모래 틈 사이로 밀려오는 하얀 파도, 수평선 너머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흰 구름, 그 사이로 끼륵끼륵 갈매기 나는 인적이 드문 태안군 남면의 외딴곳 마검포항이다.

외로운 무인 등대가 해가 지면 선 스위치가 작동하여 스스로 불이 켜지고 프리즘 렌즈에 의해 흰 빛깔의 섬광이 깜박이며 뱃길을 안내한다.

磨劍(마검)은 갈 마(), 칼 검()으로 돌에 칼을 가는 포구(浦口)라 해서 마검포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마검포에는 돌이 많다. 그리고 마검포는 내 어릴 적 추억이 아로새겨져 있는 곳이다.

끝없이 밀려드는 푸른 물결 위에 외롭게 솟아있는 마검포는 섬 아닌 섬으로 어머니를 따라 마검포항으로 우럭이며, 갑오징어를 사러 다녔던 잊지 못할 추억의 항이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물들어가는 서쪽 바다를 바라보며 이름 모를 새소리가 얼마나 구슬 펏던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서해안의 외딴곳 마검포항에는 지금 한창 실치회로 유명하다.

실치는 몸체가 마치 실처럼 가늘다 해서 붙여진 별명 같은 이름이다.

실치회는 3월 말부터 5월 초가 제철인데, 그 이후에는 뼈가 억세져 쓴맛이 나기 때문에 회로 먹기가 힘들다. 보통 5월에 들어서면 실치를 햇볕에 말려 뱅어포로 만들어 먹는다. 실치는 동의보감에서도 성질이 급하나 독은 없어서 음식을 맛나게 하고, 소화를 돕는 음식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 한 칼슘의 함량이 높아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고등어와 같이 등 푸른 생선의 일종으로 오메가3 지방산이 많다고 한다. 여기에 실치는 인까지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빈혈 예방에도 좋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계절 음식이다.

그물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실치에 채 썬 오이, 당근, 미나리, 오이, 양배추, , 쑥갓, 깻잎 등을 잘게 썰어 참기름을 둘러치고 양념 고추장과 함께 버무려 먹으면 실치의 담백함과 쌉쌀한 맛이 긴 겨울 동안 떨어졌던 입맛을 돋우어 주는 별미음식이다.

실치와 다양한 야채를 곁들여 먹는 실치회에 민들레를 넣어 먹으면 건강에 좋고, 실치와 야채를 한 번에 섞어 먹기보다 조금씩 덜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것이 수분이 덜 생겨 더 맛있다. 또 한 실치에는 칼슘이 많기 때문에 시금치를 넣어 끓인 실치국은 또 다른 맛이 있다.

밀가루 반죽에 부추와 당근 등 갖은 야채와 실치를 넣어 부쳐 먹는 실치전, 새우젓 대용으로 실치 넣은 계란찜 등이 다양하다.

실치의 뼈가 굵어졌을 땐 뱅어포로 만들어 고추장에 양념을 발라 구우면 바삭바삭 하면서도 매콤 새콤 짭짤해서 술 안주에도 좋다.

실치는 무리를 지어 물살에 떠다니다가 그물에 걸려 잡히자마자 죽게 되고, 잡힌 지 얼마를 지나면 상하기 때문에 실치를 직접 잡아 올리는 태안군 남면 마검포가 실치회의 명소이다.

언제나 가고픈 한적하고 소담스런 작은 포구, 마검포 바닷가!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고향 마검포로도 달려가 감칠 맛 나는 실치회와 어머니가 끓여 주시는 고향의 맛, 시금치 실치국이나 즐겨봐야겠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