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경우는 음주 후 회사 출근 금지 노동법에 명문화
서열화를 중시하는 한국기업의 고질적 병폐

서산시대 임정래 부장
서산시대 임정래 부장

18일 유명 화학회사 안전팀장이 음주 후 근무 중인 노동자를 폭행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폭행 사건 이상의 큰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산 화학공단은 위험물을 취급하는 사업장으로 국가중요시설이며 주변에 석유비축기지를 비롯하여 폭발성 인화물질이 대규모로 저장된 곳이다. 더군다나 재해예방 활동을 하는 안전팀장이 술에 취한 채 위험물 취급사업장에 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의 운영이 재난 사고에 대해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더 큰 재난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석유 또는 그 화합물을 다루는 화학공장은 사고 발생 시 재난 규모가 엄청나기에 직급과 서열을 가리지 않고 안전 원칙에 충실해야만 하는 위험사업장이다. 음주는 예측지 못하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안전 위협 요소임은 말할 것도 없다.

폭행 사고가 발생한 공장의 출입을 관리하는 보안요원은 하청업체 직원으로 원청업체의 정규직인 안전팀장의 출입을 막는 것은 실무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화학공단의 위험도를 고려할 때 회사는 출입에 대한 철저한 원칙을 고수해야 했다. 음주 후 작업장 출입은 그 누구도 허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캐나다의 경우 노동법상 음주 후에는 회사의 출입을 금지하고 그로 인한 급여 미지급은 노동자의 귀책 사유 이기에 회사는 노동자에게 원칙을 요구할 것을 명문화했다. 반면 노동자는 회사에 대하여 안전 원칙이 미준수된 작업지시에 대하여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회사는 이를 핑계로 노동자에게 어떠한 불이익을 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다.

반면 한국의 사업장은 지난밤 술을 먹고 술 냄새를 풍기며 근무하는 것을 관례로 본다. 서구의 경우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출입 보안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지만, 한국의 기업문화는 직급이 높을수록 의전 대우를 받는 서열화의 문화 속에 안전은 하급 직원에게만 강요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동방 서열지국의 서열 잡기 폭행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계급주의에 물들어 원칙을 무시하고 대형재난사고의 위험성을 노출해 안전불감증을 보여준 한국 기업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안전보건에 대하여는 노동자의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강조하는 노동법의 개정과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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