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을 통한 위험작업의 외주화 증가되는 고용시장

서산시대 인정래 취재부장
서산시대 인정래 취재부장

1997년 은행에 앉아 어음할인을 하면서 TV를 보며 IMF를 접했다. 그 이후로 어음 할인율은 폭등하고 당좌 대출이자율은 30%가 되었다. 나는 이자율을 절감하며 최고의 이자소득을 얻기 위하여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저리자금을 차입하여 고리의 은행 이자를 노리는 이자 사냥꾼이 되었으면서도 부도가 난 어음을 막으러 은행을 계속 뛰어다녀야만 했다.

이후 우리 기업 사회에는 연봉제란 단어가 호봉제를 대신하게 되었고 고용의 안전성보다는 고용의 유연성이 강조되었다. IMF의 책임이 기업주의 무리한 확장과 한국금융의 불안전성으로 야기 되었지만 정작 그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되었다.

2000년 이후 기업이 다시 활성화되며 우리 사회의 고용구조는 다시 한번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 새로운 공장들은 직접 고용을 꺼리고, 생산직은 소사장제를 통한 생산설비의 외주화가 확산되었고, 심지어 시설보수마저 외주화가 진행되었다. 식당, 경비, 단순사무직은 인력파견업체들의 먹잇감이 되어 버렸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경영주로서는 참으로 반가울 일이었다.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작업별 공정별 예산만 정하면 외주업체가 알아서 인원을 채용하고 급여를 정하니 회사로서는 큰 짐을 덜게 된 것이었다. 급여상승과 고용유지의 압박도 외주업체가 해결하고 법적책임을 지는 산재사고의 책임도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근로계약서를 일 년 단위로 작성하고 산재사고 때 공상으로 처리를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은 노동권 주장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이번에 간접고용을 통한 서부발전의 대표이사에게 법원은 대표이사의 위험성의 불인지와 문제 파악이 힘들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엔지니어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실질적으로 생산 현장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산에 대한 책임보다는 효율적 예산집행을 통한 배당가능이익의 극대화가 대표이사의 주 업무이기 때문이다, 배당 가능 이익 추구는 근로자의 안전 추구와는 역의 관계이다. 컨베이어벨트의 기계적 문제점과 1인 작업은 기업이 안전보다는 저비용의 구조로 이익을 추구했다는 소리이다.

따라서 근본적 원인은 이익 추구로 인하여 위험작업의 외주화였다. 21조 작업을 무시하고 노동자가 위험에 처하면 기계가 멈추는 안전장치 또한 없었다. 생산을 모른다하여 대표이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위험작업의 외주화를 정당화시키는 것이다. 과거에 필자는 독일안전관리담당관과 국내공장에 대한 안전관리 설비 문제로 인하여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과도한 기준을 요구하여 생산 현장에 지장을 초래했었다. 하지만 곧 나는 안전보건 환경은 노동자의 불완전한 행동으로부터 나오는 사고를 막는 거야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우리는 아직 산재사고의 원인을 노동자 실수로 표현하는 것을 본다. 노동자가 고의로 자살하지 않는 한 노동자 실수로 인한 산재사고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인간은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자동차는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사고 때에 운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춘 차를 안전성이 높은 차라고 평가하고 훌륭한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싶은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이제는 외주화란 이름으로 산재사고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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