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굿모닝정신건가의학과의원장/전문의/t순천향대 의대 외래 교수)
박경신(굿모닝정신건가의학과의원장/전문의/t순천향대 의대 외래 교수)

환자 보호자가 어제는 나보고 참 친절하다고 칭찬을 한다. 어제 내 컨디션이 좋아 평소보다 더 친절했을 수 있다. 아니면 보호자가 나 듣기 좋으라고 칭찬했을 수도 있다.

병원 건물이 오래되어 장애인 이동 시설이 빈약하다. 그래서 보행이 불편한 휠체어 환자나 와상 상태라 침대로 이동해야 하는 환자들은 엠브란스나 차에 계시라고 하고 내려가서 진료를 한다. 다행히 정신과는 면담만으로도 진료가 가능하다. 이게 친절하다고 느껴졌다고 한다.

사실 이건 큰 친절도 아니다 하루종일 진료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가끔 움직이는 것도 건강에 좋다. 1층에 진료실이 있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나는 친절한 의사는 아니다. 환자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친절한 의사는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의사다. 그래서 나는 우리 병원을 환자 중심 병원 아니라 의사 중심 병원이라고 환자에게 자주 설명 한다. 진상 환자는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억지로 잡지 않는다. 진료 거부는 하지 않지만 오는 환자 막지 않고 가는 환자 잡지 않는다.

가끔 환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 오남용 심한 의존성이 강한 약 수면제나 각성제나 마약성 진통제 등을 처방해 달라고 한다. 환자가 원하는데 왜 해주지 않냐 항의를 한다.

여기는 슈퍼가 아닙니다.” 환자가 달라는 대로 처방하면 의사가 처방하는 게 아니고 환자가 처방하는 거다. 진단서도 그렇다. 직장 다니기가 싫다고 휴직하게 진단서 써 달라고 하면 그건 진단서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사직서가 필요한 거다. 빨리 가서 사직서 내라. 그래야 근무하고 싶은 다른 사람이 근무할 수 있다.

나는 무리한 요구하면 거절한다. 거절당한 사람들은 포탈 등에 평점에 좋게 주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신경 안 쓴다. 내 병원에 환자는 적정 인원보다 많이 내원 한다. 그래도 예약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예약을 잘 안 지키는 환자도 많고 혹 급하게 진료받아야 하는데 예약 때문에 못 받는 환자가 있을 수 있어서 안 한다.

환자의 대기가 많으면 진료 시간을 조금 줄이고 환자의 대기가 적으면 진료 시간을 더 많이 갖는다. 의사를 오래 하다 보면 이게 가능하다. 의사를 오래했다는 내 기준은 식당 가서 손님이 많으면 손님이 많다가 아니고 야 여기 환자 많네.”, 버스를 타고 승객이 많으면 승객이 많다가 아니고 야 여기 환자 많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면 나처럼 의사를 오래 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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