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위험성 인식 못 해 죄 물을 수 없어”...김용균 母 ‘참담한 재판’
“억울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고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10일 김용균 씨 사망사고에 대한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절규했다.
이날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당시 24)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권유한 전 태안발전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사장과 이근천 전 태안사업소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임직원 8명에게는 금고 6월∼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2명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법인에는 벌금 1000만 원과 1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김 모 전 대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원청과 실질적인 고용관계로 볼 수 없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원청 대표가 컨베이어 벨트의 위험성 등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나머지 원청과 하청 업체의 임직원 13명 대부분도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집행유예 등을 선고 받았다.
선고가 끝나자 재판정 안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판사를 향해 “억울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절규했다.
한편, 김용균 재단은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 추구가 우선이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선고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부발전 대표 무죄, 깃털인가 솜사탕인가?”
권영국 변호사, 김용균 사망 책임 1심 판결 비판
1심 법원이 고 김용균 한국서부발전 하청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 원청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전 김용균특조위 간사)는 무죄 판결 직후 SNS를 통해 “깃털인가? 솜사탕인가?”라며 법원의 1심 판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을 고려한 방호조치를 갖추지 않은 점 ▲근로자가 2인 1조로 점검 작업 등을 하게 하여야 함에도 단독으로 점검작업을 하게 한 점 ▲점검 작업을 할 때 컨베이어벨트의 운전을 정지시키지 않는 점 등 업무상 주의의무 혹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에 따른 것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하지만 재판부는 정작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이사에게는 두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결정권자가 ‘모른다’고 하면 무죄냐”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김 전 대표이사가 취임한 것은 2018년 3월이고 사고는 2018년 12월”이라며 “발전소 현장을 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석탄 운반 컨베이어벨트인데 취임 10개월이 지나도록 컨베이어벨트 구조와 위험성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어 “발전소 시설은 100% 서부발전의 소유이고 그 시설개선의 승인 권한 또한 서부발전이 갖고 있다”며 “때문에 컨베이어벨트 방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제공한 것은 (하청업체인) 발전기술이 아니라 서부발전”이라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는 또 “2인 1조에 대한 용역비를 책정해주지 않았는데 2인 1조 근무가 가능하냐”며 “2인 1조에 대한 용역비 예산 결정의 최종 결정권자는 서부발전 경영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청의 승인 없이는 컨베이어벨트 정지는 불가능하고 정지 후 점검 또한 서부발전 경영진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결정권자가 ‘모른다’고 하면 무죄냐”고 되물었다.
그는 한국서부발전 법인에 벌금 1000만 원, 하청인 발전기술에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한 대해서도 “이게 기업경영 방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겠냐”며 “깃털인가? 솜사탕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졌다.
권 변호사는 “기업 경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깃털 형량이 우리를 두 번 울린다”며 “이제 법원 자신이 안전사회의 걸림돌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고 김용균 사망사고와 관련 특별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대법관) 간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