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박영춘 시인한국문인협회 감사
박영춘 시인
한국문인협회 감사

천생연분, 하늘에서 미리 정해준 것처럼 꼭 맞는 부부의 인연, 이것이 사전적 풀이이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인연을, 사람들은 모르고 살아서 그렇지, 아마도 하늘만 알고 있는 연분, 이것이 바로 천생연분인가 싶다.

천생연분이란 어떠한 것인가.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태평양 바다에 떠다니는 구멍 난 산더미만 한 통나무가 있는데, 용궁에서 사는 천년 묵은 거북이가 바다 위로 올라와 이 통나무 구멍을 만나, 고개를 내밀고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용궁으로 내려가 또 천년을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망망대해에서 천년 만에 통나무구멍과 거북이의 만남이 천생연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산시와 예산군 경계에 기다랗게 드러누운 가야산에도 천생연분에 얽힌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가야산 계곡 깊숙이 안창 동네에 청춘남녀가 살았는데, 둘이는 눈이 맞기는 맞았으나, 천생연분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에 들어갔다. 두 청춘남녀는 맷돌을 들고 가야산 꼭대기로 올라갔다. 두 청춘남녀는 약속을 했다. 너는 이 봉우리에서 암 맷돌을, 나는 저 봉우리에서 수 맷돌을 둥글리어 산 아래 마을로 굴러 내려가서 다시 만나 짝 맞춰 빙글빙글 잘 돌아가면 우리는 백년가약을 맺고, 그렇지 않으면 이별이다. 두 청춘남녀는 이렇게 약속을 하고 가지고 간 맷돌을 둥글려 놓고 산을 내려왔다.

아뿔싸! 두 맷돌이 서로 만나, 짝을 맞춰 풀밭에 가지런히 포개 누워 있지 않은가. 두 청춘남녀는 그 후 백년가약을 맺어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얘기이다.

필자는 황해도 구월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6.25 때 고향을 빼앗겨 충남 서산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아홉 살 때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어느덧 성년이 되어 바닷가로 첫 공무원 발령을 받아 근무하게 되었다. 그때 바닷가에서 굴을 쪼는 처녀와 눈이 맞아 결혼을 했는데, 이 또한 천생연분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생각이 든다. 세계인구가 75억인데, 70억은 잘라내고라도 한국 인구가 오천만 명인데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바닷가에서 굴을 쪼던 아가씨가 나의 아내라니, 이것이 천생연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폐일언하고 지금 한국인구는 날로 감소하고 있다. 천생연분이 무너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청년노동인구가 줄어 걱정이다. 지능로봇이 노동력을 대신한다 하지만 어디 인간노동력만 하랴. 천생연분이 다시 살아나고, 아기 울음소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발전하고, 그리하여, 행복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이 다시 도래했으면 좋겠다. 웃음꽃이 벚꽃처럼 화사하게, 향기롭게, 달콤 달달하게 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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