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나의 ‘하! 나두’ 건축 - 27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등장하기 한참 전, 비슷한 필지에 미디어와 비정형 곡면을 활용한 설계안을 졸업작품으로 제안했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한꼬투리쯤은 닮은 구석이 있는 졸업생이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등장하기 한참 전, 비슷한 필지에 미디어와 비정형 곡면을 활용한 설계안을 졸업작품으로 제안했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한꼬투리쯤은 닮은 구석이 있는 졸업생이었다.

2월은 1년 중 가장 짧은 달이면서 간혹 명절 연휴가 끼어들기에, 시간의 흐름에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에, 초조하면서도 어쩐지 들뜨는 감정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이 시기는 사회초년생을 포함한 졸업생들에게 시작과 끝을 동시에 선사하기에 박진감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모든 학생은 매년 교내 건축전시회에 참여한다. 그리고 졸업대상자는 타 학과의 졸업논문 제출을 대신하여 각자의 졸업작품을 출품한다. 졸업을 앞둔 최고 학년의 작품은 여러모로 완성도가 높다 보니 조금 더 눈여겨 보게 된다. 유명 건축 잡지 중에는 우수한 졸업작품에게 섹션을 따로 할당할 만큼 졸업생 작품에 의미와 가치를 높이 산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분명한 히든카드와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 건축을 통해 세상을 읽고 차츰 자신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마지막 단계이자, 건축 교육과정의 총체적 마무리 과정이기에 결과물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교과과정을 완료한 결과물이면서도 물질문명의 다듬이질을 피하였다. 이는 푸릇함을 잔뜩 묻힌 의젓한 사회준비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우 그럴듯하면서도 오롯한 이상향을 추구하는 신선한 감각이 그득하다.

졸업작품은 필자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고 나서도 수차례나 그때의 열정을 충전해주었다. 첫 프로젝트부터 졸업작품까지, 전공 시절이 소복하게 담긴 포트폴리오는 무한 에너지가 샘솟는 화수분이 되어준다. 건축이 정말 일이 되어버렸다 느껴질 때, 졸업 작품을 들추며 이때는 참 용감했구나.’하고 초심을 회상한다. 꽤 긴 세월이 흘렀지만, 건축을 위해 불타던 열정과 단단한 자신감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포트폴리오는 전공 분야를 이어가는 이에게 '전문가'라는 길고 큰 파일 작성을 위해 중간 저장해둔 진행형 파일과도 같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라는 타임머신을 타면 언제든지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다.

필자 역시 졸업 작품을 위해 숱한 밤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당시에는 어째서 밤샘이 힘겹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이루어 질듯이 믿었고, 꿈을 현실처럼 가시화하는 작업이었기에 즐거움이 컸다. 거기에 더해 친한 동기와 푸릇한 후배를 단짝으로 맺어주고, 믿고 따르던 선배를 피붙이처럼 의지하게 해주는 졸업 동기의 '크루 시너지'도 있다. 졸업을 통해 얻는 학업성취도 중요하지만, 장차 필드에서 같은 편이 되어 힘을 실어주는 '인연 짓기' 과정도 함께였기에 든든함을 주는 추억의 순간이다.

아마도 앞으로 나의 건축 행보에서, 졸업 작품에 비할만한 작업과 추억을 쌓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급박한 변화를 맞는 졸업생들이 미래의 자신이 두고두고 영양제처럼 활용할 추억의 시간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폭발적인 전환의 기운을 격하게 만끽하며, 각자의 길을 향해 도약하기를 응원해본다. 모든 졸업생에게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주)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현)서산시대 전문기자
최하나 건축 칼럼니스트/전) (주)엄앤드이종합건축사사무소/전) 서울건축사협 서부공영감리단/전) SLK 건축사사무소/현) 건축 짝사랑 진행형/현)서산시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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