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춘
박영춘 한국문인협회 감사

기분 좋은 세상, 꽃피는 낙원, 살맛 나는 세상, 행복한 초원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가고 오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자유로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잘못한 것 하나도 없는데 방안에 갇혀 산다. 자유로이 오도 가도 못하고 방에 갇혔다. 밖에 나가면 천벌을 받을 수 있으니 방안에서 몸을 온전히 보호하라는 거리두기 수칙이다. 살다 보니 별일 다 있다.

방안에 가만히 있으면 만사가 편안하다니 이건 또 무슨 억지 이치란 말인가. 그 건 그렇고 밖에 나가려면 코와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 숨도 맘대로 쉬지 못하고, 서로 만나 말도 맘대로 하지 못하는 별난 세상이다. 함부로 숨도 쉬지 못하고, 공기를 걸려서 숨을 쉬어야 한다. 공기를 마스크로 어찌 거르란 말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입과 코를 틀어막고 어찌 산단 말인가. 참으로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건물 출입구에는 체온을 재고, 손 소독을 하고, 신원을 밝혀야 한다. 열 받은 일 한 적 없는데, 열 날일 없는데, 체온은 왜 자꾸 재는가. 일도 하지 않았는데, 오염물질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손은 소독해야 하는가. 내가 왜 행선지를 밝혀야 하는가. 신분을 밝혀야 하는가. 내가 뭐 요시찰 인물이라도 되는가.

그나저나 목이 컬컬하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싶다. 네 명 이상은 모이지 말라니 어찌 할고. 그것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은 두 명도 모이지 말란다. 세상은 자유로이 바람이 불고, 평화스럽게 꽃이 피고, 새가 맘껏 날고, 벌레가 유유히 여유롭게, 여기저기 천천히 놀러 다니는데, 왜 유독 사람만 입과 코를 틀어막고, 손을 소독하고, 체온을 재고, 모이지 말고, 집안에만 갇혀있어야 한단 말인가.

막상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주변의 풍문에만 매달려 왈가왈부 열을 올리는 세상이다.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이야기, 여유로운 경제생활 누리기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왜 막걸리 입맛 떨어지는 말만 하는지 모르겠다. 남의 집 문고리는 왜 잡아 흔드는지 모르겠다. 박멸해야 할 우리의 적은 날로 악랄해지는데, 모이지 말란 말만하고, 돈만 주면 무엇이 해결된단 말인가. 나랏일은 말씨름만 하면 다 잘 된단 말인가. 잃어버린 일상은 2년이 넘어 언제 되찾을지 모르는데, 참으로 안타깝고 한탄스러운 일이다.

배고프면 다 같이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야 하거늘, 설왕설래 말만 많으니 선장도 사공도 없는 배 같다. 입 다물고 콜록거리며 열 올리는 적들의 날뜀은 우리의 일상을 깨뜨리는데, 참으로 걱정스럽다. 총칼이 필요 없는 전쟁, 독침에는 독침이 무기이거늘, 우리는 가슴에 독침을 품어야 하겠다. 그들에게 막걸리가 독침이었으면 참 좋겠다. 막걸리 향내 속에 고향 냄새가 몽유도원처럼 물씬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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