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영 대표 “한과는 좋은 찹쌀 농사부터 시작된다”

천수만 전통생강한과 노수영 대표
천수만 전통생강한과 노수영 대표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명절이 돌아오면 고향 생각이 나고, 그 속에는 늘 그리운 부모님, 형제들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명절이면 전통음식을 만들어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고 가족들과 일가친척들이 모여앉아 덕담을 나누며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관습인 만큼 명절 음식을 만드는 일 또한 중요한 일이다. 그중 명절 전통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한과(과줄)가 있다. 이에 전통생강한과로 유명한 부석면 천수만 전통생강한과를 찾았다. - 편집자 주

반데기를 기름에 튀기는 공정
반데기를 기름에 튀기는 공정

한과는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

한과는 단순히 음식만이 아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하나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전통과자를 과정류(菓釘類)라고 불렀다. 한자로는 과실 과()에 풀 초변이 더해져 과자 과()라는 글자가 되었다.

한과에서 과()란 단어는 삼국유사 기락국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수로왕의 제를 올릴 때 제수에 과()가 올라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보통 제수용으로 사용되는 과일은 생과인데, 과일을 구하기 힘든 계절에는 곡식을 빻은 가루에 꿀을 뭉쳐 과일 형태를 만들어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과에는 제사를 지낼 때마다 올리는 유과, 곡물가루를 꿀로 반죽해서 틀로 찍어내는 다식, 달콤한 꿀과 조청이 발린 약과, 바삭바삭한 식감이 좋은 강정, 식물이나 과일을 조린 정과 등 우리 전통 간식은 그 다양성과 건강스러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먹음직스러운 생강한과
먹음직스러운 생강한과

도비산 자락에 위치한 천수만 전통한과

청년창업 가업승계로 대를 잇다

서산시 부석면 도비산 자락, 그중에서도 물 좋고 경치 좋은 산동리에 자리한 천수만 전통한과는 노수영 대표가 2004년부터 운영해오다 2015년부터 아들이 청년창업 가업승계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노수영 대표의 한과와의 만남은 2000년 초에 남편의 고향 서산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됐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남편을 따라 서산으로 내려오면서 농사를 지으며 소일거리로 시작한 한과였지만 한과의 매력에 빠져 열심히 하다 보니 아들이 가업승계까지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노수영 대표는 2013년 제8호 서산 편강명인으로 지정됐다. 고품질 서산생강을 온돌방 건조 등 전통방식 그대로 재현하면서 충남도의 전통식품산업 육성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명인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지금은 아들이 내려와 함께 운영하니 든든하고 이제 더 바랄 게 없습니다라며 흐믓한 표정으로 바쁜 일손을 움직였다.

천수만 전통생강한과 제품들
천수만 전통생강한과 제품들

한과는 좋은 찹쌀 농사부터 시작된다

노수영 대표, 20여 년 한과 만들기에 온 정성

구정이 코 앞이라 기자가 찾은 천수만 전통한과는 눈코 뜰새 없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요즘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다. 최고 명절인 구정에 한과를 찾는 사람이 많아 1년중 판매가 가장 많은 때이기도 하다. 다행히 예전에 수작업으로 하던 공정이 지금은 대부분 기계화되어 수월하다.

노수영 대표는 처음 시작 할 당시에만 해도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하루에 수십 명씩 사람을 쓰게 되어 매출의 반이 인건비로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한과 생산과정은 일반 밀가루 과자 공정과 판이했다.

노 대표는 서양과자와는 생산과정이 많이 다르죠. 우리 전통음식이 다 그러하듯이 한과도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우선 봄에 못자리를 한 후, 농번기를 피해 한과의 가장 중요한 반대기(유과를 기름에 튀기기 전 반죽)를 만들어 놓아야 해요. 반대기가 잘못 돼 부풀지 않으면 그해 한과 농사는 실패한 거죠.” 반대기를 만들 때는 갓난아기 다루는 일보다 더 긴장되나 보다. 기자는 가끔 유과를 먹을 때면 어떻게 이렇게 부풀고, 바삭한 식감이 나오는 걸까궁금했다.

노 대표는 반대기를 반죽할 때 술 속의 효모가 사용된다. 이 효모가 열을 받으면 가스를 발생시키며 팽창이 일어나는데, 계속 부풀어도 터지지 않는 이유는 기름에 튀겨지면서 아밀로펙틴이란 성분이 막을 형성하기 때문이라며 좋은 찹쌀을 기본으로 제대로 발효된 반대기가 명품한과를 만드는 비법이라는 설명했다. 그녀는 반대기를 만들 때 쓰는 찹쌀은 집에서 직접 농사 지은 가장 좋은 찹쌀로 만들어야 실패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과의 주재료는 찹쌀과 멥쌀로 구성되어 있다. 반대기는 찹쌀로, 반대기에 입히는 엿과 튀밥은 맵쌀로 한다. 그래서 매년 찹쌀, 멥쌀 농사를 시작하는 일부터 한과의 일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20여 년을 한과 만들기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노수영 대표는 앞으로 아들과 함께 기업을 이어 한과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임인년의 희망을 얘기했다.

한과를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는 식감, 입안에서 퍼지는 향긋한 생강 향, 사르르 녹는 그 맛. 서산 생강한과의 매력이다.

천수만 전통한과를 떠나오면서 애기 새끼손가락만한 반데기가 콩기름에 튀겨져서 어른 엄지손가락 보다 크게 잘 부풀려 올라오면, 어머니는 그 한 해 운수가 좋다면서 기뻐하셨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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