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숙 갑진건축사사무소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유병숙 갑진건축사사무소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건축에 몸담은 지 30여 년이 지났다. 그러다 보니 직업병도 생겼다. 거리를 걷거나 영화를 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시 모습과 건축물.

최근 넷플릭스를 보다 지정생존자안의 도시재생이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건축가 엘리트. 잘나가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그는 신도시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정부 서열 11위인 주택국장이 됐다. 정부 각료들이 테러로 대부분 목숨을 잃었고, 마침내 대통령이 지정생존자가 되어 겪게 되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어느날 가까운 곳에서 일하던 직원이 출근하면서 테러를 당하게 됐고, 그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마침 그 병원에 있던 주인공이 그를 집으로 바래다주면서 동네 치안이 좋지 않아 백악관에 근무하는 직원들 20%가 테러를 당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그는 과거 자신이 진행했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됐다. 그것은 바로 정주 환경을 개선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프로젝트였다.

그는 우선 그 지역에 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정작 그들은 말뿐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고, 영화 속 주인공은 주민을 설득하여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진행했다. 우연히 접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프로였다.

우리 주변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을 살펴보자.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와 인프라 확충 및 개선 등을 동반하고 있는지, 또 그것이 지속 가능하며 지역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산업 육성은 담겨 있는지,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 것인지 말이다.

필자도 영화 속 주민들이 던지는 의문과 질문을 똑같이 던져 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은 여전히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물량 위주의 사업 선정과 지자체 국비 확보를 우선순위에 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진행하고 있는 현실을 마주했다. 그러다 보니 전국 각지의 도시재생 현장은 마치 카피한 듯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벽화 그리기, 골목 가꾸기, 공동이용시설 조성 등등. 사업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준비가 부족하다. 그래도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지속성을 위한 노력이 가미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사업 이후 마을공동체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속해서 유지관리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필자가 사는 서산시 양유정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양유정 마을은 2019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주거지지원형에 선정됐다. 그리고 20216월에는 양유정 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 인가됐다.

최근 충남도시재생지원센터가 양유정 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추진계획안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 운영을 해나가기 위해 서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 현황 파악을 했다. 그럼에도 양유정의 주요 사업은 위에 지적한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양유정과는 좀 다르게 서산시 동문동은 어떤가. 도시재생사업은 생활형SOC 공급 확대, 지역 혁신거점 공간을 확충할 계획으로 2023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지나치게 하드웨어적인 건축물 등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벽화를 그리고, 담장을 수리하며, 꽃길을 가꾸고, 가로등을 교체하는 것 외에 그 지역만의 특성과 필요를 파악하고, 보다 효율적인 집행방식을 위한 고민과 방법의 모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시재생사업은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 주도사업이 일회성으로 사라져버린 선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사업 중심에는 반드시 지역 주민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또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주민 조직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전문분야는 도시의 형상 개선과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그에 합당한 전문가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원을 모집운영해야 한다. 도시재생은 일정 그룹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지역민의 삶의 개선을 위한 작업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